키트 돌아오다 : 전격Z작전 속편 2월 방송


“헬로우, 마이클”

2007년 12월 성탄절, NBC에 한편의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습니다.15초에 불과한 길이에 대사는 단 한마디였지만, 전세계 팬들은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80년대를 풍미했던 외화 ‘전격Z작전’의 말하는 차 ‘키트’와 ‘마이클’이 25년만에 돌아온 것입니다. 2008년 2월 17일 오후 9시(미국 동부시간) ‘나이트 라이더’(Knight Rider)의 새로운 버전을 볼수 있습니다. 

"헬로우 마이클~"(자칭 키트) 
"나의 키트는 이러치 아나~~~"(마이클)

'나이트 라이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편으로부터 25년 후, 스탠퍼드 공대에 재학중인 사라 그레이만(디아나 루소)은 천재 과학자인 아버지 찰스 데이비슨의 뒤를 이어 과학자를 꿈꾸는 평범한 여학생. 그러나 그녀는 정체모를 악당에게 납치당하게 된다. 위기에 처한 사라 앞에 자동차 한 대가 홀연히 나타나 그녀를 구한다. 자동차의 정체는 다름아닌 나이트 산업 3000(Knight Industries Three Thousand). 통칭 키트(KITT). 25년전 활약했던 키트의 새로운 버전인 셈이다. 그리고 아버지 찰스 데이비슨은 그냥 천재 과학자가 아니라, 25년전 키트를 설계한 사람이었던 것. 키트와 사라는 악당에게 납치당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한편 마이클 나이트(데이빗 핫셀호프)의 아들 마이크 트레이서(저스틴 브루닝)는 미군 레인저 소속으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후 귀국했다. 귀국한 그는 자동차 레이서를 꿈꾸지만 이 역시 실패해 좌절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교 시절 친구인 사라의 부탁으로 아버지 찰스 데이비슨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여기에 FBI 요원 캐리 리바이스(포와티에)가 합세해 사건 해결에 나서는데...


새로 만들어진 ‘나이트 라이더’는 2시간짜리 TV영화입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의 시청자의 반응을 본 후 올해 말 정식 TV시리즈로 방송이 예정돼 있습니다. ‘덱스터’ ‘튜더스’스티븐 힐이 감독 및 제작을 맡았으며, ‘본 아이덴티티’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의 감독으로 유명한 덕 리만이 프로듀서로 나섰습니다. 

나이트라이더’ 출연배우들이 2007년 캘리포니아 버뱅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디아나 루소(사라 역), 저스틴 브루닝(마이크 트레이서 역),
촬영용 키트를 만든 특수효과맨 브루스 데이비슨, 시드니 타미아 포와티에(FBI요원 역)

출연진은 모두 신인 중의 신인으로 교체됐습니다. 마이클 나이트의 아들 마이크 트레이스 역은 저스틴 브루닝이 맡았다. ‘콜드 케이스’ 등에 단역으로 출연한 브루닝은 ‘올마이 칠드런’ 등의 드라마로 연기력은 인정받았지만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죠. 여주인공 사라 역의 디아나 루소 역시 CSI 등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전부인 신인입니다. FBI 요원 캐리 리바이스 역의 시드니 타미아 포와티에가 그나마 유명하다면 유명한 배우. 그녀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명배우 시드니 포와티에의 딸이죠. 

과연 25년전 작품인 '전격Z작전'을 먼지털어 다시 꺼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리만 감독은 그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합니다.“그 작품들은 우리 세대의 셰익스피어다.”
80년대 드라마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 20년이 지난 지금 성인이 되어 추억의 드라마를 다시 찾고 있다는 설명이죠. 실제로 지난해 방송된 ‘바이오닉 우먼’은 70년대 인기드라마 ‘소머즈’의 리메이크작으로 나름대로 재미를 보기도 했습니다. 비록 무명 출연진에 작가 파업으로 비록 중단됐지만 ‘바이오닉 우먼’은 NBC에서 몇 안되는 히트작중 하나였던 것이죠.  

하지만 키트를 살려낸 공신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영화'트랜스포머'입니다.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의 발달로 ‘말하는 차’ ‘변신하는 차’를 표현하는데 더 이상의 제약이 사라진 것이죠. 실제로 2008년판 키트는 트랜스포머 못지 않는 성능을 자랑합니다. 수퍼컴퓨터와 인공지능을 탑재하며 인터넷 및 위성통신까지 자유롭게 접속 가능하며, 어떠한 컴퓨터든 해킹할수 있답니다. 실제로 새로운 키트는 ‘트랜스포머’에서 등장한 몰핑 기법까지 사용해3단 변신(!)이 가능하다고 하니 점입가경입니다. 
 "나도 3단 변신할수 있다니까요?"

실제로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버뱅크 NBC 스튜디오에서 공개된 키트는 모두 3가지 버전이 등장해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죠. 첫 번째 키트는 주연배우 저스틴 브루닝이 운전하는 일반 키트. 두 번째 키트는 촬영용으로 만들어진 무인조종 키트.(RC로 원격조종된다.) 그리고 세 번째는 키트가 변신한 ‘공격 모드’(Attack Mode)로, 초고속 주행 및 공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편 키트의 목소리는 ‘라따뚜이’ ‘그라인드 하우스’에 출연하고 성우로 활약중인 윌 아넷이 맡았습니다.

그러나 ‘트랜스포머’가 키트에 끼친 부작용도 있습니다. 바로 PPL이죠. 지난해 ‘트랜스포머’에 출연한 로봇이 GM(제네럴 모터스) 차량을 모델로 한 결과, 영화 히트 후 GM차량이 대박나는 효과를 거둔바 있습니다. 트랜스포머가 '변신하는 자동차‘로 대박을 냈듯이, 이번에는 ‘말하는 자동차’ 키트로 ‘영광이여 다시한번’을 외치는 셈이죠.
트랜스포머의 신화여...아니 PPL의 신화여 다시한번...?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키트의 스폰서로는 일찌감치 포드 자동차가 나섰습니다. 80년대 키트는 ‘폰티악 트랜스암’ 스포츠카 개조품이지만, 새로운 키트로 선택된 차는 포드 셸비 무스탕 GT500KR. 이를 위해 NBC와 포드가 벌써부터 파트너쉽 계약을 맺은 것은 물론이죠. 하지만 날카롭고 직선적이던 원조 키트에 비해, 근육이 빵빵한 키트 뉴 버전은 비교될수밖에 없는데요. 벌써부터 '나의 키트는 이런 머슬카가 아니야!'라고 외치는 분들의 목소리가 눈에 선합니다.
"니가 내 직속 후배라구??"

"난 이 키트 인정못하네."
 (뉴 키트의 안티팬이 만든 상상도입니다.
)

팬들의 비명은 아랑곳 없이 포드사는 벌써부터 마케팅에 나섰는데요. 드라마 방송과 함께 포드 쉘비 2008년형 모델의 대대적인 선전에 나선 것이죠. 뿐만 아니라 본넷에 키트 스타일의 빨간 스캐너를 부착한 ‘키트 레플리카’를 한정 판매한다는 계획이라니, 과연 ‘키트 버전 2.0’이 트랜스포머를 능가하는 PPL을 보여줄지도 구경거리인데, 여러분이 보시기에 어던가요?

사족)
키트하면 마이클, 마이클 하면 키트죠. ‘영원한 마이클’ 데이빗 핫셀호프 도 이번 속편에 빠질수 없는데요, 주인공의 아버지 ‘마이클 나이트’ 역으로 카메오 출연한답니다. '베이워치'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핫셀호프지만, 요즘은 다시 영화에 출연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답니다. 지난해에는 아담 샌들러 주연의 '클릭'에 오래간만에 출연했는데요, 앞으로 좋은 모습으로 남아주시길...?

못본새 많이 느끼해진 마이클 형님이십니다.

by 하이아 | 2008/02/01 15:02 | 미국 잡설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남부에 내리는 눈...

어제(1월 17일) 눈이 내렸습니다.
눈 내리는 거야 당연하다구요?

문제는 여기가 미국 남부 조지아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이라는 사실이죠.
불과 150년전만 하더라도 흑인 노예들이 뜨거운 햇볕을 쨍쨍 내리받으며 밭에서 목화 따던 동네,
레트 버틀러 아저씨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마라고 불질러대던 바로 그 동네입니다.

조지아에 와서는 평생 눈 볼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첫 겨울부터 눈을 보네요.
여기 오래 산 사람들 말에 따르면 거의 7년만에 내리는 눈이라고 합니다.
(듣자하니 햇볕 쨍쨍한 플로리다조차 눈이 왔다고 하니 별일은 별일입니다 그려.)

한국에 비하면 눈이 그다지 많이 내린 편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일부는 빙판길로 길이 폐쇄돼고, 학교가 휴교하는 등 난리법석이네요.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 눈내리면 금박 복구되지만, 부산에 눈 내리면 폭설 대란 나는 꼴이 아닌가 싶은게
이런 점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 다른거 없나 봅니다.

한국도 많이 춥다고 하는데 블로그 들르는 모든 분들 따듯한 겨울 되세요.

by 하이아 | 2008/01/19 02:46 | 남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미드 CSI가 파업에 나선 이유는? : 할리우드 작가파업의 전말

할리우드가 정지하는 날

 2007년 11월 5일 자정. 할리우드가 정지했다. 감독은 메가폰을 놓고, 연기자들은 촬영 트레일러에서 자기 짐을 치웠다. 시끌벅적한 토크쇼 무대는 적막을 지켰고, TV 토크쇼는 재방과 하이라이트만 방송하기 시작했다. 드라마가 촬영돼야 할 영화사와 방송국은 시위대가 대신 점령했다. 손에 손을 잡고 피켓을 든 그들은 외쳤다. “우리가 펜을 꺾는다고 말하면 꺾는 것이다!”(Pencil down means pencil down!)
 미국 작가조합(Writer guild of America, WGA)이 11월 5일 자정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측'은 WGA, '사측’은 영화 텔레비전 제작자연맹(AMPTP)이다. 두 단체는 지난 10월 31일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일주일간 협상 기간을 가졌다. 그리고 협상이 결렬되자 전면 파업을 결의한 것이다. 할리우드 18년만에 벌어진 전면 파업이었다.

 펜 대신 피켓을 든 작가들은 WGA 소속 작가 12000명에 달한다. 대표 작가들만 하더라도 캐롤 맨델슨, 내런 섕커(CSI), 파멜라 비시(CSI 뉴욕), 마크 체리(위기의 주부들), 팀 크링(히어로즈)는 물론이고 데이빗 쇼어(하우스), 크리스터 버노프(그레이 아나토미) 등이 펜을 꺽었다. 파업에는 배우들도 동참했다. 마그 헬겐버거(CSI), 펠리시티 호프만과 에바 롱고리아(위기의 주부들) 산드라 오(그레이 아나토미)역시 작가들과 함께 시위 대열에 합류했다.
CSI도 파업에 나섰다? 파업 지지시위에 나선 마그 헬겐버거(캐서린 윌로우스 역).
그의 남편인 알란 로젠버그는 미국배우조합의 노조위원장이기도 하다.

 
대본이 없으면 작품이 없다. 당장 모든 드라마, 영화, 토크쇼 촬영이 위기에 처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심야 토크쇼였다.  ‘제이 레노 투나잇쇼’ ‘데이빗 레터맨 쇼’가 5일부터 올스톱됐다. 그날의 이슈를 반영해야 하는 방송의 특성상 대본을 미리 써두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들 토크쇼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재방송이나 하이라이트 등 ‘땜빵 방송’에 들어갔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비조합원인 작가를 고용해 비상 방송에 들어갔다. 

 파국의 다음은 인기 드라마들이다. CSI 시즌8은 11회만에 촬영을 못해 방송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야심차게 제작에 착수한 ‘24’ 시즌 7은 8회만에 촬영을 접게 생겼다. ‘히어로즈’는 아예 조기종영에 대비해 에피소드 엔딩을 두가지로 찍어야만 했다. ‘위기의 주부들’은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4회부터 중단됐다. 미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시청자라면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외칠만 하다.

드라마판 공산당 선언

 그렇다면 과연 작가들은 왜 파업을 결행한 것일까. 공식적인 이유로는 ‘사측’인 AMPTP와의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협상의 핵심은 ‘뉴미디어’ 였다. 작가들은 “인터넷 방송 등의 뉴미디어’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원고료를 작가들에게도 배분할 것”을 요구했고,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도대체 인터넷 방송이 왜 이렇게 뜨거운 감자가 됐을까. 파업을 지지하는 ‘더 오피스’의 배우 제나 피셔는 그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한다.
“지금 NBC 웹사이트에 한번 접속해보세요. ‘더 오피스’ 1편을 무료로 볼수 있습니다. 당신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동안 웹사이트는 광고를 노출시키고, 회사는 광고료를 받아 돈을 추가로 법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만든 배우, 작가, 감독은 한푼도 더 못받습니다. 이게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할리우드 원고료 배분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드라마 작가는 방송사로부터 각본당 일정액의 원고료를 일괄 지급받는다. 이후 해당 작품이 비디오로 제작·판매되거나 재방송되면 ‘재방 원고료’를 추가로 받는 시스템이다. 19년전인 WGA가 AMPTP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작가가 비디오 한편에서 받을 수 있는 수익은 정가의 0.3%였다. 당시는 드라마를 볼수 있는 수단이 TV아니면 VHS테이프밖에 없었으므로, 드라마 작가들도 이의가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가 된 지금 사정은 달라졌다. 이제 VHS 테이프로 드라마를 보는 사람은 원시인 취급을 받는다. 팬들은 이제 드라마를 보기 위해 DVD 박스를 구입하거나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는다. 그런가 하면 ‘온디맨드’(On demand) 방식으로 TV에서 직접 주문해서 드라마를 볼수도 있다. 아이팟, PMP, MP3 플레이어 등 휴대용 디지털 기기로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시청률이나 DVD 판매량도 무의미해졌다. 
WGA의 입장을 설명하는 유튜브 동영상 '왜 우리는 싸우는가'의 한 장면.
'프리즌 브레이크' DVD 한장(20달러)이 팔려도, 작가에게 돌아가는 돈은 단돈 50센트(2.5%) 불과하다.

작가들은 할리우드식 원고료 배분 시스템’을 개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재방 원고료’ 대상에 DVD 판매나 TV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 디지털 매체까지 포함해 달라는 것이다. 반면 사측인 AMPTP는 이를 거절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의 이익이 실체보다 너무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는 아직도 불확실한 시장이며, 수익의 정확한 집계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작가들을 비롯한 배우, 감독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배우 제나 피셔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터넷 재방송에 따른 수익은 앞으로 커질 겁니다. 정기적으로 일하기 어려운 배우, 작가들이 재방송에 따른 정규수익을 받는다면 생계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 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10년 후엔 모든 드라마는 TV보다 인터넷으로 방송될 테고, 우리는 방송사에게 동전 한푼 못받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가 인터넷 전기세를 내야 할걸요? 우리는 길거리에 나앉게 될테구요.”


 할리우드 현재 파업 작가들의 공식 홈페이지 이름은 ‘united hollywood’(http://unitedhollywood.blogspot.com
)이다. ‘할리우드여! 단결하라’ 라는 구호가 마치 맑스의 공산당 선언을 방불케 한다. 아니나 다를까, ‘로스트’의 작가 데이먼 린델로프의 파업 출사표는 공산당 선언만큼이나 비장하다.

“나는 분노한다. 탐욕스런 제작사가 나를 탐욕스럽다고 비난하기 때문이다. 나는 분노한다. 나의 탐욕이 정당하고 이유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만든 상품이 인터넷에서 팔린다면, 나는 마땅히 수익의 일부분을 차지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제작사의 탐욕은 좀더 교묘하고 계획적이다. 그들은 내 상품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단지 내 상품을 인터넷에서 공짜로 다운로드받게 하면서 ‘프로모션을 위해서’라고 변명한다. 제정신인가?”

파업은 초능력자라도 예외는 아니다. 파업 시위에 나선 '히어로즈' 배우들.

‘미드 열풍’ 이면에 숨은 비정규직

 파업 이유에는 작가들의 열악한 환경도 한몫하고 있다. ‘미드 열풍’의 화려한 뒷면에는 배고픈 작가들이 있다. 일부 인기 작가들의 경우 연간 500만달러의 돈을 벌어들이지만, 대부분의 작가는 그렇지 못하다.
 WGA의 주장에 따르면 약 50%에 달하는 미국 작가협회 회원들이 일정한 직업이 없다. 드라마나 영화가 제작중일 때만 일하고, 그 이외의 시간은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비정규직’인 셈이다. 당연히 의료보험, 메디케어 등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미국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의료보험이 안된다는 것이 얼마나 악몽같은 상황이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미국의 의료 서비스는 엄청나게 비싸기로 악명높다.)

 WGA는 많은 회원들이 5만달러(4,400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심슨’의 작가인 제임스 브룩스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 모인 작가들은 수표 돌려막기로 살고 있어요. 돈이 없으니까 개인 수표를 써서 지불하고, 수표가 은행 계좌로 돌아오기 전까지 일거리를 찾아나서는 거죠. 작가 일거리가 없으면 파트타임이라도 해야죠. 일거리를 못찾으면? 부도수표 처리되고 파산하는거죠.”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보수를 바라는 작가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AMPTP는 요지부동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이다. (한국의 사측이 파업에 대처하는 논리와 어찌나 똑같은지!) 올해 11월 WGA와의 협상을 치르면, 내년 7월에는 영화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 SAG), 미국감독조합(Director Guild of America)과의 협상이 기다리고 있다. 작가 파업이 승리로 끝난다면 영화배우와 감독들까지 줄줄이 파업하는 최악의 사태가 다가올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LA작가들이 파업에 들어간지 불과 일주일만에,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 종사자들이 11월 10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맘마미아', '팬텀오브오페라' 등도 연말 대목을 앞두고 공연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 영화, 드라마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AMPTP도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다”라는 심정으로 버틸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할리우드의 적과 동지

 작가 파업이 시작되면서 할리우드도 두동강이 났다. 파업을 지지하는 쪽과 비난하는 쪽, ‘적과 동지’ 어느쪽에 서야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영화배우와 연예인들이 이같은 상황에 처했다. 작가들이 없으면 그들도 일할수 없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동지’가 된 영화배우들도 있다. 홀리 헌터, 줄리안 무어, 팀 로빈스, 로빈 윌리엄스, 스티브 카렐, 레나 헤디, 알렉 볼드윈 등이 파업을 지지한 영화배우들이다. ‘위기의 주부들’의 펠리시티 호프만과 에바 롱고리아, ‘그레이 아나토미’의 산드라 오 역시 작가들과 함께 피켓을 들었다. ‘투나잇쇼’의 진행자 제이 레노는 방송사에서 달려나와 작가들의 시위대를 응원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사람들과 20년간을 일을 해왔다. 이 사람들이 없으면 난 웃길 수 없다. 이 사람들이 없으면 나는 죽은 거나 다름없다. 많은 사람들은 작가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별로 많이 벌지 못한다. 나는 작가들을 지지하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니다. 나는 작가들의 편에 섰다.”


파업의 주부들(Striking housewives)? 시위대에 동참한 '위기의 주부들' 출연배우.

 그러나 많은 영화배우와 연예인들은 공식적으로 파업에 대해 무반응으로 대처하고 있다. 영화배우조합(Screen Actor Guild, SAG)가 AMPTP와 “계약기간동안 파업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일부 배우들은 파업에 반대했다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작가들의 ‘공공의 적’이 된 엘렌 드제네러스가 그 좋은 예이다. 드제네러스는 8일 방송국 앞에 진을 치고 파업 동참을 촉구하는 작가들을 뚫고 스튜디오에 들어가 토크쇼를 녹화했다. WGA가 드제네러스를 비난하는 성명을 낸 것은 몰론이다.

 “엘렌은 우리를 뚫고 토크쇼를 녹화하러 갔다. 하지만 그날 녹화분에서 엘렌이 말한 대사는 바로 파업중인 작가가 써준 것 아닌가. 엘렌이 앞으로도 우리가 써준 대본으로 녹화를 한다면 우리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작가들이 ‘노동자’라면 ‘사측’은 당연히 방송사와 영화사 등의 미디어그룹이다. 이들은 AMPTP에 공식대응을 맡겨둔채 향후 전망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대신 이들은 미디어네트웍을 총동원해 파업 사실을 아예 알리지 않고 있다. CNN에 작가 파업 뉴스가 전혀 보도되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다. 워너브러더스, 뉴라인 시네마 등을 거느리고 있는 모기업 AOL타임워너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트디즈니 컴패니가 거느리고 있는 ABC, US위클리 등도 파업 뉴스를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런점에서 ‘월트디즈니 코퍼레이션’의 전회장 마이클 아이스너는 예외적인 경우라 할수 있다. 그는 파업에 나선 작가들을 노골적인 표현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나는 그동안 멍청한 파업을 수도없이 봤지만, 오늘의 파업은 가장 멍청한 파업이다. (작가들이)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내일의 돈을 위해 오늘의 돈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짓을 3년을 해봐라. 그때가 되면 아마 파업한 사실을 후회하게 될 테니까.”

파업 끝장내는 터미네이터?

 이야기를 돌려서, 만약 한국 드라마 작가들이 파업에 돌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가 올스톱하고 재방송만 계속하고, 드라마 작가들이 피켓을 들고 여의도 한복판에서 시위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설마 당장 공권력이 투입돼 작가들을 때려잡는 일은 없겠지. 아무렴, 민주화된 사회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 언론이 동원될지도 모른다. “대본 집필 거부는 국민 배신 행위” “한류 열풍, 작가파업으로 타격, 국제적 이미지 실추” “드라마 제작 차질, 수백억 손해 추산”등의 헤드라인이 신문지상을 뒤덮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국민경제’ ‘일반 시민의 피해’라는 구호는 파업을 억누르는데 효과적이다.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아놀드 슈왈츠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마찬가지 방법을 쓰고 있다.  슈왈츠네거 주지사는 11월 8일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파업 문제는 하루빨리 해결돼야 합니다. 파업을 하면 작가도 힘들지만 제작사 경영자도 힘듭니다. 뿐만 아닙니다. 영화사에 일하는 전기기사, 무대설치기사, 디자이너들이 직장을 잃습니다. 돈을 벌지 못해 주택할부금을 못내고, 애들 학비를 대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파업은 캘리포니아 주의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가져옵니다.”
파업 끝장내는 터미네이터? '터미네이터‘ 대신 ’니고세이터‘(협상자)로 변신한 아놀드 슈왈츠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본래 파업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한다. 할리우드 작가파업도 마찬가지다. 5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던 88년 파업에 이어, 2007년 파업도 장기화될 경우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파업으로 일감이 끊어져 수입도 없어진 WGA의 작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파업을 계속한다. ‘시체들의 새벽’ ‘스쿠비두’의 작가 제임스 던의 너무나 솔직한 말은, 그들의 파업하는 이유에 대한 좋은 대답이 될 것이다.

“우리의 파업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엿같은 일일수도 있다. 나는 우리들의 파업 때문에 직업을 잃을 사람들을 떠올리지 않을수 없다. 팁을 받지 못해 울상일 LA 식당의 웨이터와 웨이트레스들, 길거리에 진을 치고 가난한 작가들과 배우들의 푼돈에 스타킹을 걷어올릴 스트리퍼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이 거지같은 파업을 하루빨리 끝장내자,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스트리퍼들을 위해!”
<끝>

<표1>파업에 참가한 대표적 드라마 작가
캐롤 맨델슨, 내런 섕커(CSI)
파멜라 비시(CSI 뉴욕)
마크 체리(위기의 주부들)
팀 크링(히어로즈)
데이빗 쇼어(하우스)
크리스터 버노프(그레이 아나토미)
메리디스 스타임, 비나 서드(콜드 케이스)
르네 밸처(로 앤 오더)
조쉬 프리드먼, 토니 그래피아, 존 위스(터미네이터-새라코너 연대기)
셔먼 브레넌(NCIS)
로널드 D 무어(배틀스타 갤럭티카)
제이슨 카힐(바이오닉 우먼)
하트 핸슨, 스티븐 네이선(본즈)
실비오 호타, 마르코 페넷(어글리 베티)
엔디 브랙먼(몽크)
그렉 다니엘스(더 오피스)
스테파니 새비지(가십걸)
데이빗 E 켈리(보스턴 리걸)
아이반 비더맨, 에드 레들릭(샤크)
제임스 L 브룩스, 맷 그로우닝, 알 진(더 심슨)
마일즈 밀러(스몰빌)
제임스 더프(클로저)
에드워드 앨런 버네로(크리미날 마인드)
존 웰즈, 데이빗 자멜(ER)
조 메디로스(제이 레노의 투나잇쇼)

<표2>제작중단된 드라마, TV쇼
CSI(총22회중 11회)
CSI마이애미(총24회중 13회)
CSI뉴욕(총22회중 13회)
24(총24회중 8회)
로스트(총16회중 8회)
위기의 주부들(4회부터 제작 중단)
그레이 아나토미(총 22회중 11회)
어글리 베티(총24회중 13회)
넘버스(총22회중 13회)
스몰빌(총22회중 12회)
보스턴 리걸(총22회중 14회)
본즈(총22회중 12회)
데이빗 레터맨쇼, 제이레노 쇼, 콜베르 리포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방송중단하고 재방송중)


<표3>정상 방송하는 드라마, TV쇼
오프라 윈프리 쇼(작가를 비조합원으로 교체해 계속 방송중)
덱스터(제작 완료)
튜더스(2기 제작완료)

<주>이상의 글은 드라마전문지 '드라마틱' 2007년 12월호에 보낸 원고입니다. 극중 '현재'는 2007년 12월 시점입니다.

by 하이아 | 2008/01/07 12:50 | 미국 잡설 | 트랙백(4) | 핑백(5) | 덧글(54)

새해를 맞아 다시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습니다.
주인이 자리비운 집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찾아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실은 자리를 비운 동안 제 개인적으로 몇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지난해 7월부터 미국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나라에 뿌리를 내리고 경제적으로 적응하고 일하는 것은
해외여행과는 또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곳에 살면서 일하느라 아직은 경황이 없지만,
올해부터는 새로운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꾸준히 적어보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에 있었을 적에는 할수 없는 이야기도 몇자 적고자 합니다.
이곳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꼬리: 사진에 나온 곳은 어디일까요? 눈썰미 좋은 분은 알아차리실지도....

by 하이아 | 2008/01/07 11:53 | 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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