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는 로보캅을 필요로 한다

경향신문 | 입력 2011.02.22 17:36 에 게재된 글을 약간 가필한 것입니다.

요즘 미국 디트로이트 시에선 동상을 건립하자는 캠페인이 전국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세종대왕 동상도 아니고, 이순신 동상도 아니고 이름하여, '로보캅 동상 세우기 캠페인'입니다. 

발단은 지난 2월 8일 디트로이트의 데이브 빙 시장이 '뉴 디트로이트' 계획을 야심차게 트위터에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그러자 'MT'라는 네티즌이 시장에게 트위터로 질문을 날렸다. 

"'록키'영화의 무대인 필라델피아는 지금 록키 동상을 세워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혹시 디트로이트를 무대로 한 영화주인공 로보캅 동상을 세울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러면 우리의 로보캅이 록키 엉덩이를 걷어차 날릴 것이고, 멋진 디트로이트 홍보대사가 될 겁니다" 

물론 시장의 대답은 단 한마디. '노'였다. 

"좋은 제안에 감사합니다만. 로보캅 동상을 세울 계획은 현재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시장과 네티즌의 짧은 트위터 맞교환이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탔습니다. 수 천 명의 네티즌들이 아이디어를 '리트윗' 했고, 불과 하루만에 '디트로이트는 로보캅을 필요로 한다'(http://detroitneedsrobocop.com)는 제목의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이 만들어졌습니다. 
'디트로이트는 로보캅을 필요로 한다'는 제목의 캠페인 홈페이지. 

자원봉사자들도 속속 나타났습니다. 조각가들인 3D로 설계한, 등신대 크기 로보캅 동상 설계도를 들고 나타났고 동상 부지를 기부하겠다는 지역 유지가 나타났습니다. 
디트로이트시에 세워질 로보캅 동상의 모형 제시안.

가장 중요한 돈 문제도 일사천리로 해결됐습니다. 캠페인 홈페이지에 불과 2주 만인 22일 2200명이 참여해 6만1000달러의 동상 건립기금이 모금됐습니다. 원래 동상 건립에 상정한 자금 5만 달러를 훨씬 넘는 금액이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SNS)를 통해 모인 것입니다. 

장난처럼 시작한 제안이 점점 커지자, 시민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디트로이트 지역 TV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400명 가운데 300명이 로보캅 동상에 찬성했습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시장도 마음을 바꿨습니다. 로보캅 동상을 영웅이나 위인처럼 번듯하게 세워줄 순 없지만, 대신 공원에 '공공 예술작품 전시물'로서 세우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네티즌들은 모금을 마치고 올해여름부터 로보캅 동상 제작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는 계획입니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네티즌은 "그냥 장난이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캠페인에 참여한 수천 수만 명의 디트로이트 시민들의 심정은 절박합니다. 

GM 본사가 위치한 디트로이트 시는 한때 '자동차의 수도'로 불리던 곳입니다. 미국 자동차가 세계 최고일때 디트로이트 역시 미국 최고의 공업 도시였습니다. 1950년대까지 디트로이트는 미국에서 네번째로 큰 인구와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값싸고 날쌔고 연비좋은 일본제 자동차가 대거 수입되면서, 하마처럼 기름많이 먹고 덩치 큰 미국차는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1993년 만들어진 영화 로보캅3에서 일본 자본이 디트로이트시를 지배하고, 일본 로봇 닌자가 디트로이트 시민들을 때려잡는 내용이 나오는건 절대 우연이 아닙니다!)

게다가 2008년 결정타가 날아왔습니다. 미국을 덮친 경제위기로 GM이 파산을 신청하고 공장문을 닫았습니다. 디트로이트 시내에실업자가 거리에 넘쳐났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났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3년새 23만7500명의 인구가 디트로이트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뉴올리언스를 떠난 인구가 14만명이었습니다. 무능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게 아니고, 무능한 경제는 태풍보다 무서운 겁니다.

디트로이트 역사상 가장 많은 인구가 도시를 떠나면서, 디트로이트 시내는 텅빈 공장과 학교, 거리, 극장만이 남았습니다. 빈집을 무대로범죄가 판치는 가난한 디트로이트 분위기는 영화 '그랜토리노'를 보면 잘 묘사돼 있습니다.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 본인이 바로 GM공장을 그만둔 노동자 출신이지요.)
디트로이트 시내 중심가의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극장. 디트로이트가 자동차 공업으로 부흥하던 1928년대 세워진 이 호화스런 고딕양식 극장은 현재 방치된채 폐허로 버러져 있습니다.(출처 : Yves Marchand and Romain Meffre)

이렇게 인구는 줄고 범죄는 늘다보니, 경찰들이 디트로이트 근무를 기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상황 아닙니까. 바로 영화 '로보캅' 초반부에서 주인공 머피 경관이 디트로이트 경찰서 전입할때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영화 '로보캅'에 나왔던 상황이 더이상 영화 이야기가 아니게 된 겁니다.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불황을 3년째 겪는 미국인들은 지금 영웅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부시와 정치가와 넥타이맨 월스트리트 사기꾼들이 망쳐놓은 경제를 보며, OCP 간부들을 기관총으로 싹 쓸어버리는 로보캅을 디트로이트 시민들은 원하고 있는 것이죠. 영화속 주인공을 불러야 할 정도로 답답한 디트로이트, 미국인들의 상황을 보며 우리도 남의 일이 아닌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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