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드 전기] 오시이 마모루 vs 미야자키 고로 대담 번역 (上)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신작 [게드 전기] 국내개봉을 맞이해서 흥미로운 대담 한가지 소개합니다.
일본 잡지 월간 [사이조] 2006년 8월호에 실린 '오시이 마모루 vs 미야자키 고로' 대담입니다.
오시이 마모루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개인적으로도 라이벌이면서 무척 절친한 관계고, 그 아들인 고로와도 당연히 안면이 있는 관계입니다. 그래서인지 대담 내용이 그야말로 노골적이고 '내지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무척 흥미로워 한번 번역해보았습니다.
시간관계상 내키는 대로 앞부분만 번역해봅니다. 뒷부분이 언제 올라올지는 저 자신도 모릅니다. ^^;;;
참, 그리고 이 번역문은 함부로 외부로 옮기지 말아주세요.

▲오시이 = 나는 전통예술이나 정치 세계의 ‘2세’에는 흥미가 없지만,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2세들에게는 흥미가 있어요. 그래서 영광의 연재 제1회는 ‘게드전기’ 공개 직전이므로 시간적으로도 타이밍이 맞고, 전부터 모르는 사람도 아니지만 제대로 이야기해본 적은 한번도 없는 고로 군과 인터뷰하기로 했습니다.

미야자키 = 어쩐지, 악의로 가득찬 듯한 느낌이 드는걸요....

오시이 = 악의도 조금은 있지요.(웃음) 개인적인 이유로는 내 딸도 지금 사회인이 되어서 기자로 일하고 있거든요.

미야자키 = 따님은 무척 귀여운 사람일 것 같습니다.

오시이 = 그런 이야기는 일단 제쳐놓구... 저는 한번 이혼한 적이 있어서 내 딸도 태어나서 한번도 같이 살아본 적이 없어요. 그런게 갑자기 어른이 된 딸이 나타나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지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고로 군도 이번에 감독이 됐을 때 미야상(미야자키 하야오)은 처음에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릴 적에 장래 진로에 대해 아버지하고 상담한 적 있어요?

미야자키 = 애초부터 아버지는 집에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얼굴을 맞댈 기회도 거의 없었죠. 밤에 잘 때 돌아오긴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가기 전에 아버지 방을 엿보고 “앗, 집에 계시네?”라고 생각하는 정도일까.

오시이 = 저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84년)을 전후해서 미야상과 알게 됐는데, 당시 미야상의 사무실(니마리키)에 자주 들렀지요. 제가 스튜디오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돼서 갈곳도 없고 할 일도 없을 때 미야상과 서로 열심히 이야기했어요.

미야자키 = 그때라면 하치가야에서 놀 때인데, 오시이씨와 한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앗, 이 아저씨가 ‘우루세이 야쯔라’를 만든 사람이구나”라고요. 마음속으로 “힘내세요”라고 생각했죠.

오시이 = (웃음)그건 어떤 의미죠?

미야자키 = 저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나우시카]보다는 [우루세이 야쯔라]가 재미있어요”라고 말했었지요. 그 말이 돌고 돌아서 아버지 귀에 들어가기도...(웃음)

오시이 = 그건 서로 마찬가지에요. 우리 딸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붉은 돼지]의 셀화를 갖고 싶어”라고 졸라대서, 아는 사람한테 “미야상한테는 비밀로 하고 한 장만 갖다주라”라고 부탁한 적도 있어요. 무척 굴욕적이었지요. 내 가족이 나 이외의 감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부끄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일이죠. 다만 우리 딸의 경우에는 나와 전혀 다른 일이라 앞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만드는 직업이지만, 고로군의 경우는 미야상과 같은 동업자가 돼 버렸지요. 이건 누가 뭐라고 말하든 ‘사건’입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했으면 하는데...

미야자키 = 이런...싫은데...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다니깐.



작품과 잡지만이 아버지를 알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오시이 = 저 자신에 대해 조금 말하자면, 제 아버지는 사립탐정이었죠. 고로 군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부모자식간의 교류는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한가지 고마운 점은 어릴 적에 언제나 절 영화관에 데려갔다는 겁니다. 아버지는 일이 없을 때에도 집에 있지 않았거든요. 제게 있어서는 아버지와 무언가 이야기하기 보다는 무언가를 같이 보는게 훨씬 중요했어요. 고로군의 경우에는 미야상이 든 작품을 얼마나 많이 봤느냐가 중요한 문제같군요.

미야자키 = TV시리즈고 영화고 몽땅 봤지요.

오시이 = 그건 자발적으로 본 건가요? 아니면 다카하타씨(다카하타 이사오)네 집처럼 가족들이 강제적으로 본 건가요? “모두들 거기 앉아서 봐”라고요.

미야자키 = 어머니가 반드시 봤으니까요. 게다가 TV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보지 않으면 안됐지요. 맨 처음 본게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였는데, 사실은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던 [우주전함 야마토]가 보고싶었죠.(웃음)

오시이 = 혹시 미야상, 집에서는 폭력적인가요?

미야자키 = 그런 적은 없는데요.

오시이 = 주먹을 휘두른다든지 한적은 없어요?

미야자키 = 없는데요.(웃음)

편집부 = 오시이씨, 뭔가 심문하는 듯한데요...

오시이 = 아니...그러니까, 미야상은 제작현장에서는 독재자이고 흉폭한 인물이거든요. 하지만 집에서는 틀린듯 하군요, 역시나.(웃음) 그럼 고로 군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게 언제부터였나요?

미야자키 = 사실은 한번도 그런 생각 한적이 없습니다.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한 이래부터 어머니가 “애니메이션의 길 만큼은 절대로 가지 마라. 좀더 제대로 된 직업을 찾으렴”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거든요.

오시이 = 그 시절에 미야상의 작품은 어떻게 봤나요?

미야자키 = 아버지를 알기 위한 수단이 그것밖에 없었으니까요. 작품을 본다든지, 잡지의 인터뷰를 읽는다는 것 밖에 아버지를 알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오시이 = 하지만 그만큼 집안과 밖에서 성격차가 컸을 텐데, 그점에 있어서 ‘갭’에 대한 반발은 없었나요?

미야자키 = ...으음...원래 아버지의 실상을 알 기회가 처음부터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반발할 대상이 있을 리가 없죠.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적 있는가?


오시이 = 그렇다곤 해도 이번 작품 [게드전기]는 결국 ‘아버지를 죽인다’는 이야기잖아요. 이런 음모를 도대체 누가 꾸민 건지 확실히 하고 싶은데요.(웃음)

▲미야자키 = 그거야...“고로군, 역시 아버지를 죽이는 거야”라고 제 귀에 속삭인 사람은 프로듀서였지요.(웃음)

오시이 = 제가 가진 의문은, [게드전기]에 왜 주인공 아렌은 두명의 아버지를 가졌느냐는 의문입니다. 한사람은 물론 진짜 아버지인 국왕이지만, 여행 도중에 만난 게드도 아버지처럼 보여요. 게드는 마법사니까 ‘표현하는 자’지요? 즉 아렌은 ‘가정에 있는 자’인 아버지를 찌르고 도망쳤지만, 거기서 다시 ‘표현하는 자’인 아버지와 대립합니다. 애당초 아버지를 찔렀다는 사실 자체가 자신의 본질과는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주인공에겐 훌륭하고 멋진 아버지(국왕)가 있지만, 사실 ‘가정에 있는 자’로서 아버지의 존재는 전혀 그려지지 않고 있어요.

미야자키 = 하긴...제게 있어서 아버지는 실체를 가진 존재가 아니었으니까요. 반면 ‘표현하는 자’로서는 존재감은 컸고요. 지브리 미술관 관장을 맡고, 이번에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으며 제작현장에 들어간 후로, 이제야 겨우 실체를 가진 아버지를 만난 느낌입니다. 어떤 종류의 예술가로서의 ‘에고’가 보인다고 할까요. 제 머릿속에 이상화하고 있던 아버지의 실체가 저의 감독 체험으로 인해 실체화됐다는 느낌입니다.

오시이 =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역시 이 영화는 ‘표현하는 자’로서의 아버지인 게드를 쓰러뜨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극중에선 주인공 아렌이 게드에게 칼을 휘두르지요. 하지만 아렌은 게드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품에 안기고 말지요. “너의 진정한 이름을 가르쳐주고 말았느냐”라는 게드의 대사는 “너의 본질을 건드리고 말았느냐”라고 들리는데, 이는 ‘표현하는 자’로서 치명적인 사항입니다. ‘자신의 본질을 절대 건드리지 마라, 이는 꾸준한 수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기술에는 세련된 예술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지금의 너는 그 검을 뽑을 수 없다”라고 확실히 말해주는 거죠.

미야자키 = 용서의 여지가 없는 해석이군요.(웃음)

오시이 = 실생활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미야자키 = 아뇨, 없습니다...

오시이 = 한번도?

미야자키 = 예, 없습니다.

오시이 = 그점은 아무래도 일반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로군요. 저는 미야상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한적이 있는걸요.(웃음) 쓰러뜨리고 싶은 상대가 있기 때문에 [우루세이 야쯔라]의 TV시리즈를 만들었고, 그때는 미야상의 TV시리즈 방법론을 많이 흉내냈지요.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솔직히 알수없다


미야자키 = 아버지와 싸우지 않으면 안되게 된 때는 제가 지브리 미술관 관장에 취임하면서부터입니다. 크리에이터로서는 올바른 의견일지 모르지만, 군축이나 운영면에서는 “현실적이지 않다”라고 아버지와 자주 싸우게 됐지요. 그때 처음으로 “붙어보자”라고 생각하게 됐지요.

오시이 = 바로 그거에요. 그 말을 듣고 싶었어요.(눈물) 저는 영화감독이 된 순간부터 제 스승님(토리우미 히사유키 감독)이나 미야상같은 ‘늙다리’들을 타도하지 않는 한, 내가 표현하고 싶은 바를 나타낼 수 없다고 의식해왔어요. 그 세대의 늙다리들은 “지금 현존하는 애니메이션 연출의 기본기술의 95%는 바로 우리가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있지요. 그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초기 멤버니까 가능한거고, 후발주자인 우리들이 지금 그 95%를 만들어낼순 없겠죠. 그래서 저는 그들과 전혀 다른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3D CG라든지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융합한다든지 말이죠.

미야자키 = 우리들 세대는 그런 점을 좀더 뼈저리게 느끼게 마련이죠. 이미 여러 가지가 완성된 후에 태어난 세대니까요. 아버지 세대같은 정열이나 정념은 이제 가질수 없게 됐지만, 반면 동경이나 열등감은 더욱더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오시이 = 이번에 고로군이 만든 [게드전기]의 드라마 본질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미야자키 = 뭐였더라... 솔직히 말해서 지금 제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확실히 방향이 있었던것 같은데 -핑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되돌아보니 이유를 알수가 없어요. “도대체 뭘 만들고 있는거지?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심정입니다.

오시이 = 그건 데뷔작 만들때 흔히 있는 일이죠. 제가 [우루세이 야쯔라-온리유](83년)으로 감독 데뷔했습니다만, 사실 전임 감독이 도망가버려서 제가 핀치히터로 대신 맡은 거였죠. 그러니까 각오고 마음의 준비고 어쩌고 하나도 없었어요. 연출가와 함께 둘이서 완성한 0호(가편집본)의 시사회가 있던 날엔, 그 전날 키치죠지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셔버렸어요. 그래서 다음날 초호(완성본) 시사회에는 왕창 지각하고 말았어요. 그때 미야상을 처음 만났는데, 그야말로 신나게 야단맞고 말았습니다. 그게 너무나 분하고 억울해서, 두 번째 작품인 [우루세이 야쯔라2-뷰티풀 드리머](84년)를 만들었죠. 그래서 결론을 내리자면, 영화감독에게 있어서 2번째 작품이 진짜 승부입니다. 리턴 매치에서 진정한 승부가 갈리면서, 거기서부터 진정한 여행이 시작되는 거죠.

 

뒷부분은 제가 시간이 없는고로...나중에 번역합니다. 참고로 뒷부분에는 "[게드전기] 시사회에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뛰쳐나간" 상황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흥미롭습니다.

(근데 뒷부분을 기다리시는 분이 계시기나 할려나....)

 

후반부로 이어집니다.

by 하이아 | 2006/08/14 02:01 | 오시이 마모루 | 트랙백(3)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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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OSH at 2006/08/14 02:17
이렇게 인정사정 없이 대화해도 되는건지 원...
Commented by laystall at 2006/08/14 06:31
가능하다면 뒷부분을 꼭 보고 싶습니다. :)
Commented by 백금기사 at 2006/08/14 07:00
이런 얘기였군요...
Commented by 산왕 at 2006/08/14 07:58
그 때 말씀하신 해석이 맞아떨어지는 것이었군요. 아버지를 죽이는 연출이 감독의 내면을 나타낸다고 하는 건 억지라는 사람들이 많던데 꼭 보여주고 싶네요 ==;
Commented by 후유소요 at 2006/08/14 08:42
"뭐였더라... 솔직히 말해서 지금 제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확실히 방향이 있었던것 같은데 " 와닿습니다..ㅠ_ㅠ 관객의 입장에서 엄청 까대는 리뷰를 쓰고 와서;; 원작자의 대담을 보니 또 다른 맛이 있네요 'ㅂ'
Commented by LINK at 2006/08/14 12:58
오시이 마모루의 두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와 닿는군요. 저도 보면서. '게드같은 아버지가 너무 가지고 싶었나보다...'하는 생각이 계속 나더라구요.... 어찌보면 영화에서 묘사된 게드는 참. 평범한 (아들들이 바라는) 일본 아버지는 아닐까? (한국아버지상과도 조금 맟닿는)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쓸데없이(?) 길게 묘사된 '유사가족' 장면들도 그런 의미들을 지니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했고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미루 at 2006/08/14 13:13
와우. 오시이 마모루의 능글맞은 목소리가 떠오르는군요. 아직 게드전기를 보진 않았는데, 스포일러도 그리 거슬리진 않아요. 두번째 인터뷰를 보고 나서 게드전기를 봐야겠네요. 룰루. 번역 고마워요.
Commented by 觀鷄者 at 2006/08/14 15:04
뒷부분이 궁금해집니다^^ 기다리겠습니다~
Commented by Y_Ozu at 2006/08/14 19:47
미야자키나 오시이나 참 나쁜 사람들이군요. 그럴거면 결혼은 왜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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