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드 전기] 오시이 마모루 vs 미야자키 고로 대담 번역 (下) 영화 이야기들

대담의 전반부에서 이어집니다.
월간 [사이조] 2006년 8월호에 실린 '오시이 마모루 X 미야자키 고로 대담'의 후반부를 번역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이 의외로(?) 계셔서 마저 번역하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그야말로 '현피 직전'까지 치닫는 두사람의 말싸움의 흥미진진(?)하군요.
이해를 돕기 위해 대담 외에도 박스기사 한건을 같이 덧붙였습니다. .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발탁을 둘러싼 막전막후를 간단히 적은 기사입니다.
물론, 이 번역은 절대로 다른 곳에 옮기지 말아주세요.

[게드전기] 시사회에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도망갔다?

 

▲미야자키 = 제가 오시이씨보다 나은 점은, 2년 가까이 준비기간을 갖고 만들었고, 초호 시사로 이를 확인하는 의식을 거쳤다는 사실이죠. ...그러고보니 시사회 당일에 와버렸죠?

오시이 = 미야상이?

미야자키 = 예. 시사회장에 갑자기 이상한 긴장감이 감돌았죠. 저도 머릿속이 하얗게 돼버려서 아무 생각도 안났구요.

오시이 = 그거 난처하겠네요.(웃음)

미야자키 = 언제 자리에서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면, 아렌이 “나는 아버지를 죽였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런, 드디어 일어나버렸군”이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나가버리셨지요.

오시이 = 그런걸 도망갔다고 하죠.(웃음) 제가 [게드전기] 시사회를 보고 가장 느낀 점이,  보통 신인감독은 흥행을 의식해 지나치게 ‘꼼수’를 쓰다보니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게드전기]는 정반대에요. 조금 더 쾌감에 충실해도 되지 않았나요? 내가 느낄 정도로 작품이 너무 금욕적이었어요. 감독을 직접 해보니 느낌이 어때요?

미야자키 = 지금 심경을 솔직히 말하자면 두가지로 나뉩니다. “하나 만들고 나니 좀더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느낌하고, “하나 만들었으니 이제 됐어”라는 느낌.(웃음) 감독 따위를 하면 이런 대담 따위는 안해도 되니까요.(웃음)


오시이 = 작품이 공개되면 그런 느낌은 바뀔걸요. 나는 고로군에게 한가지 격려를 하고 싶은데, 뭐냐면 “미야상에게 사망선고를 내려라”는 겁니다.(역주) 이건 저의 역할이 아니라, 역시 아들인 고로 군의 역할이자 의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감독이 되는 것에 반대했던) 어머니도 슬퍼하실테고, 가정과 영화 둘다 꾸려나갈 수 없게 될 겁니다.(웃음)

미야자키 = 싫은걸요. 오시이씨 말씀을 듣고 있자니 저는 역시 영화감독이 어울리지 않나 봅니다. 저는 되도록 그렇게 싸우지 않고도 끝날 수 있는 길을 택하고 싶습니다.

오시이 = 감독이란 원래 싸우는 인간이에요.

미야자키 = 아무래도 “오시이씨가 말해준 건 모조리 거꾸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요.

오시이 = 그래도 결론적으로 길은 하나밖에 없어요. 영화에도 그런 대사가 있잖아요. “어느쪽 길을 가도 결국은 똑같아”라고.(웃음)

미야자키 = “영화감독이 되지 않아도 결국은 똑같아”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군요.

오시이 = 하긴 똑같아요. 하지만 부모라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아들은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돼요.

편집부 =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겠습니다. 오시이씨는 [게드전기]를 시사회로 본 후 ‘70점’이라는 평가를 내렸는데요, 그 근거는 뭡니까.

오시이 = 아무래도 심정적인 이유가 있어요. “그 할아범에게 사망선고를 내려라”라는 의미에서 좀더 힘내라는 뜻이죠.

미야자키 = 그럼 오시이씨가 좀 그렇게 해달라고요.

오시이 = 그건 안되는걸요. 타인은 할수 없어요. 아버지에게 사망선고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들뿐입니다.

미야자키 = 적당히 하시죠. “멋대로 말해버리자”라는 느낌이군요. (분노) 역시 감독 그만둘까나...

오시이 = 제작 현장에서 굳이 내 말을 의식할 없어요. 하지만 그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자신의 '그림자‘에 언제까지나 쫓겨다니기보단, 자기 스스로 ‘성’으로 가는 편이 훨씬 나을테니까.

-끝- (2006년 6월 30일 수록.)

 

[박스기사] 애니메이션화 둘러싸고 부자간의 전쟁 발발, 미야자키 하야오가 화낸 이유는?


(기사 전반부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어슐러 K 르귄의 '어스시의 마법사' 애니메이션화 제안을 받는 과정을 소개한 것이므로 번역 생략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스시의 마법사' 애니메이션화 제안을 받고 “20년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나라면 가능할까”라고 고민해왔다. 그때 역시 스튜디오 지브리의 후계자 문제로 고민하던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가 기획회의 멤버였던 고로를 감독 후보로 발탁했다.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이 전혀 없는 장남에게 지브리 20년 비원의 [게드전기]를 맡기는데 대해 미야자키 하야오는 맹렬히 반발했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부자간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는듯 하다.

이같은 부자 대립의 경과는 본지 6월호에서도 소개했으며, 스튜디오 지브리의 공식 홈페이지에 연재되고 있는 스즈키 프로듀서나 고로 감독의 [감독일지]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여성자신] 등 여성지에도 ‘아버지와의 냉전’이라는 기사를 노출시키는 등, 제작자측이 이슈꺼리를 만들어내며 프로모션에 앞장섰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점에 대해 본지 6월호 취재에서 스즈키 프로듀서는 “이번 부자 대립 프로모션 전략은 절묘했다”는 질문을 받고 “이봐요, 그런걸 일부러 노리는 인간은 3류, 4류의 프로듀서에요. 이 스즈키 토시오가 3류, 4류 프로듀서란 말입니까? 그런 식으로밖에 보질 않으니까 요즘 언론이 틀려먹은 거라고!”라고 격렬하게 반발했다. 반성합니다! 하지만 역시 교묘한 건 어쩔수 없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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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1) 원문은 '引導を渡す'입니다. 이 말은 원래 불교 용어로, 장례식에서 죽은 사람이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승려가 불경을 읽는 것을 뜻합니다. 보통 '사망선고를 내리다'의 완곡한 표현법으로 쓰이는데, 혹시 더 좋은 한국어 번역이 있으면 알려주시겠어요?

 

(역주2) 대담을 읽다보면 마치 오시이 마모루가 미야자키 하야오를 엄청나게 헐뜯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두사람은 20년 이상 사귀어온 절친한 사이입니다. 친하기 때문에 오히려 할말 못할말 다 할수 있는 사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점에서 일본 애니계의 두 거장 사이에 끼인 고로 감독이 그저 애처로울 뿐이군요.(특히 대담중 오감독의 능글능글한 말투에 '낚여버리는' 고로 감독의 모습은 가히 '안습'...)


덧글

  • laystall 2006/08/16 03:04 # 답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백금기사 2006/08/16 11:04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JOSH 2006/08/16 11:13 # 답글

    낚여버린건가요..
    그래도 의도를 잘 포착하고 피해 나가는 거 처럼 보이는데.. ^^
  • 로무 2006/08/16 14:15 # 답글

    안습..;; 이랄까 오시이상은 "너희 아버지따위 뛰어넘어버려! 별거 아냐!"하는 걸 "될 리가 없잖아요 그게! 당신이 해보세요!" 라고 따지는 듯한... 청춘만화로군요.(먼산)
  • 관포 2006/08/16 21:29 # 답글

    고로녀석, 어리군^^
  • 서찬휘 2006/08/19 07:32 # 답글

    ……콜록콜록콜록.
  • 이언 2006/08/28 19:46 # 답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저지경이 된 걸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 한사람(!)의 장악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역으로 알게되는군요.
    (2세는 역시 저작관 관리나.. )
  • Dia♪ 2006/09/16 03:30 # 답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역주에 관해 문득 생각 난 건데
    '수저를 놓게 하다'라는 표현은 어떨까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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