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8월 17일
어슐러 K 르귄, [게드전기]의 미야자키 감독을 맹비난 (上)
르귄의 원작 [어스시의 마법사]의 내용을 대폭 바꾼 [게드전기]에 대해 그동안 많은 찬반 논란이 있었습니다만, 르귄 여사는 15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 에 [게드전기]에 대한 장문의 설명과 감상문을 적었습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르귄은 [게드전기]에 대해 시종일관 냉정하지만 차분한 어조로, 실망감과 비판을 적고 있습니다.
원작자가 영화화된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맹비난 하는 일은 거의 유례없는 일인지라, 짧은 영어실력이나마 간단히 번역해봅니다. (제가 시간이 없는 고로 두번에 걸쳐서 번역해 올립니다. 참, 이 번역문은 다른 곳으로 옮기진 말아주세요.)
게드전기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만든 어스시 영화 ‘게드 전기’에 대한 반응.
영화에 대해 궁금해하는 일본과 그밖의 나라 팬들을 위해 몇자 적는다.
일러두기
자신의 책이 영화화되는데 대해 대부분의 작가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일단 계약서에 사인한 후에는, 원작자는 일체 간섭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제작 자문’(creative consultant)식으로 영화에 참여하는 건 거의 의미가 없다. 부디 영화를 원작자의 것(물론 각본가는 예외다)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원작자에게 “도대체 왜 그런거야?”라고 묻지 마라. 원작자 본인도 궁금하니까...
영화화 과정
20년 전 어스시 이야기가 아직 3권까지 나왔을 적에, 미야자키 하야오씨가 어스시를 애니메이션화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나는 그의 작품에 대해 잘 몰랐다. 내가 아는 애니메이션은 디즈니 정도인데, 나는 디즈니를 무척 싫어했다. 그래서 나의 대답은 ‘NO'였다.
6~7년 전쯤, 내 친구 Vonda N. McIntyre가 ‘이웃집 토토로’를 추천해서 같이 볼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 즉시 미야자키의 팬이 됐다. 나는 미야자키가 구로사와 아키라나 페데리코 펠리니에 버금가는 천재라고 믿었다.
몇 년 후, 어스시의 일본어 번역자 시미즈 마사코씨가 미야자키의 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는 무척 기뻤다. 나는 시미즈를 통해 미야자키 감독에게 “아직도 어스시에 관심이 있다면, 영화화에 대해 협의할 용의가 있다”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 후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즈키 토시오씨와의 협의과정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소설의 줄거리나 캐릭터를 너무 많이 바꾸는 것은 현명치 못한(unwisdom) 일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일본은 물론 전세계에 걸쳐 많이 읽혀졌기 때문이다.”
물론 미야자키 감독도 영화화를 하는데 있어 창작의 자유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미야자키 씨에게 어스시 1, 2권 사이에 존재하는 10~15년간의 공백을 영화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 기간에 게드가 아크메이지가 되는 것만 제외하면, 게드의 행적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야자키 감독은 그 기간을 배경으로 마음대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다른 감독이었다면 내가 이런 제안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2005년 8월,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가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나와 내 아들(어스시의 저작권 계약을 담당하고 있다)을 만나러 왔다. 모두들 우리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미야자키 감독이 애니메이션 일에서 은퇴하고 싶어하는 것, 그리고 애니메이션 경험이 전혀 없는 그의 아들 고로가 영화화를 맡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나와 아들은 매우 실망했고 걱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마침내 계약을 맺었다. 이 모든 프로젝트는 미야자키 하야오씨의 감독하에 진행된다는 사실을 보장받은 후였다.
당시 영화화 작업은 이미 진행중이었다. 그들은 소년과 용이 함께 있는 포스터와,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런 호트 타운의 스케치를 선물로 주었다. 이후 영화화 작업은 급속도로 진전됐다. 그리고 우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 작품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아들 고로씨에게 차례로 감동적인 편지가 왔다. 그리고 나는 성심성의껏 답장을 썼다.
나는 이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 태평양 양쪽(역주: 미국과 일본)에서 분노와 실망감(anger and disappointment)이 흘러나오는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씨가 이미 은퇴했다고 들었는데, 최근 그가 다시 새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그점에 대해 더욱 실망했다. 이 건에 대해서는 이제 끝내고 싶은 기분이다.
영화에 대하여
도쿄의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나와 아들을 위해, 스튜디오 지브리는 친절하게도 필름 한 벌을 준비해 2006년 8월 6일 내가 사는 도시에서 사적인 시사회를 열었다. 즐거운 사건이었다. 많은 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참석했다. 아이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몇몇 아이들은 영화를 보고 놀라거나 당황해했지만, 좀더 나이든 아이들은 덤덤한 반응이었다.
시사회 후 내 아들의 집에서 만찬을 가졌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설 때 쯤 미야자키 고로 씨가 내게 물어보았다. “영화가 맘에 드셨는지요?”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대답하기 쉬운 질문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그래요. 이건 내 소설이 아닙니다. 당신의 영화죠. 좋은 영화입니다.”(Yes. It is not my book. It is your movie. It is a good movie.)
내가 그 말을 한 자리에는 고로 씨 이외에 아무도 없었다. 나는 사적인 질문에 대해 사적으로 대답한 것이며, 공식적으로 대답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 사실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왜냐하면 미야자키 고로 씨가 내 멘트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기 때문이다.
(역주 :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지난 8월 7일 자신의 블로그에 어슐러 K 르귄을 만난 사실을 소개하며 “이건 내 소설이 아니라 당신의 영화다. 좋은 영화다”라는 그의 멘트를 적었습다. 그는 “르귄의 말에 감사하며, 그 말 덕분에 안심하고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르귄은 자신의 사적인 멘트가 영화선전에 이용된데 대해 항의하는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모든 사실은 15분만에 유명해질 수 있다”는 말도 있듯이, 나도 이 자리에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자세하게 말하고자 한다.
(후반부로 이어집니다.)
# by | 2006/08/17 03:35 | 만화이야기 | 트랙백(8)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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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제 깜빡...트랙백 신고요~)
덕분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트랙백 신고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