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여인’고현정·김승우 티격태격 인터뷰

기묘한 조합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주의 감독 홍상수, 코믹부터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온 연기파 배우 김승우, 베일에 가려진 화제의 주인공 고현정이 한 자리에 모여 ‘사건’을 하나 만들었다. ‘해변의 여인’(제작 영화사 봄·전원사)이다. 여름 어느날 해변에서 만난 두 여인(고현정·송선미)과 속물 영화감독(김승우) 사이의 기묘하고도 유쾌한 하룻밤 이야기를 그렸다.

‘해변의 여인’은 홍상수 감독 작품답게 토론토·뉴욕영화제 등에 초청받았다. 이 작품을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한 고현정, 홍 감독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김승우. 이들은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걸 꿈꿨을까.

▲고현정=하늘땅 별땅 아니거든요. 제가 그렇게 성취욕이 강해보여요?(웃음) 저는 그렇게까지 영리한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저처럼 미스코리아 출신에 상업적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홍상수표 영화’에 어울릴지 불안했죠. 올해초 집앞 카페에서 감독님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저, 정말 출연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기까지 했어요.

▲김승우=제가 원래 작품 고르는 안목이 없잖아요. 이번 영화도 대중적 영화인 줄 알았죠.(웃음) 사실 올해초 일본영화 ‘멋진 밤을 내게 주세요’를 찍으면서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껴 마친 뒤에는 무조건 쉬려고 했는데, 감독님에게 국제전화를 받고 마음을 바꿔 출연키로 결정했죠.

‘해변의 여인’은 홍상수 감독 작품답게 음주, 주정 장면이 많다. 배우들은 빨깨진 얼굴로 연신 소주잔을 들이킨다. 연기라기엔 실감나는 그들의 음주, 과연 진짜로 술을 마신 것일까.

▲고=진짜 마셨어요.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누가 술을 권한 게 아니라 제가 마셔보고 싶다고 했어요. 감독님 특성상 전화통화 장면부터 술주정 장면까지 모두 ‘라이브’로 찍었답니다.

▲김=홍상수 감독님 영화는 컨셉트가 없어요. 그냥 흰종이 한장 갖고 나가서 같이 칠하는 기분이에요. 처음에는 좀 어려웠는데 3~4회 찍고나니 소풍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나중엔 ‘오늘은 술마시러 갈까, 아니면 놀러갈까’하고 항상 설레는 기분이었다니까요.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남녀가 함께 장식한다. ‘양다리 걸친’ 사실이 들통난 김중래(김승우)가 김문숙(고현정)에게 집요하게 추궁당하는 장면은 옆집 부부싸움을 보듯 소박하지만 실감이 넘친다.

▲고=말하다 보면 너무 열받지 않아요? 여자라면 누구나 화낼 상황이죠. 생각해 봐요. 여자는 남자와 싸울 때 곧바로 ‘바람피웠냐’라고 묻기보단 ‘그날이 어떤 날이었냐’ 식으로 틀을 갖추며 돌려말하죠. 그 장면에서 김문숙은 남자를 밀어붙일 때까지 밀어붙일 생각이라고 봐요. 날 이겨내면 사귀고 못하면 말고.

▲김=정말 절실하게 연기한 부분인데, 오늘 다시 보니 웃기긴 웃기네요. 남자는 너무 놓치기 아까운 여자일수록 그렇게 행동한다고 생각해요. 진짜 사랑한 사람이라면 사이가 끝장 났어도 ‘클리어’하게 정리하기 어려운 게 남자 마음이죠.(너털웃음)

▲고=(샐쭉한 표정으로) 문숙이니까 그 정도로 끝났지, 나라면 그렇게 안 끝났을 걸요? 남자가 날 사랑하는 증거가 희미하면 희미할수록 확실히 하고 싶은 게 여자들의 심리니까요.

영화는 두사람의 사랑을 매듭짓지 않은 채, 여운을 남긴며 끝난다. 과연 영화 속 두 사람은 헤어진 것일까. 아니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고=우리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영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처럼9년후 쯤 이 배우, 이 감독·스태프들이 다시 모여 뒷이야기를 찍었으면 해요.

▲김=우리는 ‘해변의 여인2’ 찍을 겁니다. 저도 9년 후 다시 찍을 그날을 기다립니다. (홍상수) 감독님도 그 때까지 담배 끊고 체력관리 잘하셔야죠.(웃음)

〈이종원기자 higher@kyunghyang.com>

고현정 “10년 연기 굶어 일 안하면 우울해”


“기자 이렇게 많이 만나는 거 참 오래간만이에요. 정말 좋아요.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게….”
영화 ‘해변의 여인’ 시사회 직후 고현정은 편안한 표정이었다. 시사회 직전만 해도 긴장해 인사말을 더듬었는데 완성된 영화가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듯했다. 극장 인근 카페에서 만난 고현정은 한층 솔직해지고 농담도 곧잘 했다.

“큰 화면으로 제 모습을 처음으로 봤는데 보면 볼수록 ‘어찌나 저리 후덕하냐…’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얼굴 절반을 짤라버려야겠다’는 영화 대사처럼 살 좀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변의 여인’은 고현정으로서는 데뷔한 지 20년만의 첫 영화다. 영화가 끝나기 무섭게 MBC 새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 촬영에 들어갔다. 10년 동안 못한 데 따른 연기 욕심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듯하다.

“그동안 (연기를) 굶어서 그런가. 제가 한 10년 동안 활동을 안했는데 만약 계속 연기했더라면 여러분 기억에 이렇게 오래 남았을까 싶어요. 10년 동안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는데, 이런 모든 게 묻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은 말이죠, 일 안하고 있으면 우울해져요. 그래서 같이 일 하자고 하면 웬만하면 ‘네’ 해요.”(웃음)

‘해변의 여인’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고현정으로서는 큰맘먹고 나선 외출이다. 그러나 시사회와 인터뷰 내내 고현정의 곁에는 보디가드가 따라왔다. 결혼생활과 이혼, 자녀문제 등 떨어지지 않는 그의 과거사를 반영하는 듯하다.

“제 과거요? 그건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있겠죠. 저만 특별히 애들 생각하는 게 아니라, 부모라면 다 마찬가지 아닌가요. 애들 생각은 항상 해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 안 해도 되죠?”

자신이 지금 기자라면 지금 고현정의 모습에 대해 뭐라고 충고하겠냐고 묻자 묻자, 잠시 망설이더니 웃음지으며 응답했다.

“다른 사람하고 똑같이 말해주겠죠. 제발 평범하게 좀 살아라. 보디가드는 왜 달고 다니니…라고 할 것 같아요.”

〈이종원기자〉

by 하이아 | 2006/08/28 23:58 | 인터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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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6/11/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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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xonamjoong at 2006/12/07 19:47
죄송합니다.
이글루에는 방명록이 없어서, 포스팅과 관계없는 코멘트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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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행복한 하루 되세요.
Commented at 2007/01/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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