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9일
미국판 현충일, 베테랑스 데이를 가다
11월 11일, 한국서는 빼빼로 데이지만, 미국서는 '베테랑스 데이'(Veterans day)였습니다.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을 기리는 날이라는 점에서 미국판 현충일이라고 할수 있지만, 단순히 그렇게 말하고 끝날수 없는 것은 참전용사를 기리는 행사가 전국적 차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사회 커뮤니티에서 열리기 때문입니다.
이날을 맞이해서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의 알파레타에 참전용사 기념공원(Veterans Memorial Park)이 개장했는데, 한인타운에서도 가까운 곳이라 겸사겸사 나들이 가보았습니다.


"이 사람들 죽은 날짜를 보세요. 대부분 1950년 6월부터 12월 사이입니다. 북한 남침을 비롯해서 인천상륙작전, 북진까지, 6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이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겁니다. 그 짧은 기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foggoten war)라니 잊어선 안되죠."
올해 81세의 노병임에도 불구하고 웨이지즈씨는 자신이 금강 부근 전투에서 부상당해 퍼플하트(전상장)을 받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군대 이야기에 신이나는 것은 한국 군바리나 미국 군바리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하도 신이나서 이야기하니 옆의 다른 참전용사가 지나가며 농담합니다. "이사람 하는 말 다 믿지 마요. 그중에 절반은 뻥이니까."



"저기 공원에 우리 아버지 이름이 새겨진 벤치가 있는데 기념사진 찍어줄수 있나요?"
"물론이죠. 어느 전쟁에 참전하셨나요?"
"미국 독립전쟁(Revolutionary war)이요."
오 마이 갓! 첨엔 제가 잘못 들은줄 알았습니다. 설마 이사람이 지금 230년전에 벌어진 미국 독립전쟁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무려 1700년대에 싸운 자신의 조상을 21세기의 미국인이 지금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한번 나라를 위해 싸운 사람은 수백년이 지나도 기억한다, 이런게 미국식 호국주의라는게 실감나는군요.
독립전쟁의 해인 '1776'이 새겨진 초창기 미국 국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200년전 참전 용사를 잊지 않다니 미국사람들도 대단하다고 이야기하니, "아니요, 사람들은 잊게 돼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기념할 필요가 있는거죠."라고 답합니다. 제가 한국 출신이라고 하니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미국도 독립전쟁은 물론이고, 남북전쟁 당시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갈라져서 싸웠지요.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나서 대통령은 패배한 남군측 군인을 모두 사면하고, 남북의 결혼을 장려했답니다. 결국 내전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에 나라가 다시 통합될수 있었죠. 이런 미국의 경험이 한국의 남북통일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군 출신들은 모두 한국에 보수적일 거라는 편견을 깨는 말이었지요. 미국인들은 북한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고 이야기하니 이렇게 답합니다.
"그거야 정치인들 끼리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서로 싫어할수는 있죠. 하지만 미국인들은 북한 사람들도 모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답니다. 미국과 북한이 언젠가 좋은 관계가 될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일단 단거(any sugar item) 많이많이 보내주세요. 후르츠 펀치, 캔디, 캬라멜, 핫초코, 커피믹스, 설탕, 프림 등등. (역시 군바리에겐 단게 제일 중요하죠.)
-크래커, 쿠키, 육포 등등 과자류, 참지, 비엔나 소세지 연어 등 통조림류.
-재봉도구(한국군으로 치면 보수대?), 배터리, 손전등 립밥, 로션, 벌레퇴치약 등 화장품류.
-공책, 편지지, 연필, 잡지 등등. (군바리에겐 역시 집에 보내는 편지 쓰는게 제일 중요하죠.)
-컴퓨터게임, CD, 포커, 카드게임 등
-무척 더운 지역입니다. 썩거나 상할수 있는 물품은 보내지 마세요. 애들 장난감도 안돼요.
-그리고 부디 우리를 위해 많이 많이 기도해주세요!!
한국군 뿐만 아니라 미군도 단거와 편지쓰기에 목숨을 거는 걸 보니, 세계 어딜 가든 군바리들이 바라는 건 다 비슷한거 같네요. 그렇죠. 군인들에게는 누군가의 기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전시된 헬기의 참전 전투와 이력은 물론이고, 헬기를 조종했던 파일럿의 이름까지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참전용사 뿐만 아니라, 참전 장비(!)까지 연혁과 전과를 기리고 있는 거죠. 퇴역한 탱크만 달랑 갖다놓고 아무런 설명이 없는 한국의 박물관과는 대조됩니다. 한국군 장비들도 실전에 참전한 생생한 역사나 비화를 적어준다면 모델링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수 있지 않을까요.
여담이지만 이 헬기는 1964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36년동안 현역으로 뛰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언론은 UH-1H 사고만 나면 "한국군은 수십년 묵은 고물을 굴려댄다"고 비판하지만, 미군 역시 헬기를 30년씩 굴려야 하는 사정은 비슷한가 봅니다.


아쉬운 점은 이곳이 한인타운에서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이 지역을 관할하는 애틀랜타 총영사관 등 한국정부 외교관의 모습도 전혀 안보였습니다. 물어보니 외교관들은 이런 행사가 있는줄도 몰랐고, 통보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안갔다고 합니다.
듣자하니 요즘 한국정부가 '한미동맹강화'를 부르짖고 있다고 하는데, 정치적 의미는 제쳐놓고라도 적어도 한국에서 피흘린 사람들을 모른체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외교는 아닌거 같습니다.
공원을 안내하는 장교는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foggoten war)라지만 우리는 한국전에서 전사한 조지아 군인 740명을 잊지 않는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외교관들은 이날 한국 전쟁을 잊어버렸나봅니다.
# by | 2008/11/19 20:03 | 남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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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에 일어난 전투에서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해군장병들에 대한 보상과 정치인들의 인식도 어정쩡한
이나라가 발전하려면 아직도 멀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