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즈 체인지 9/11 : 미국의 쿠데타 미국 뉴스 이야기

경향신문 | 입력 2010.06.0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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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9일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색다른 영화제가 열렸다. 이름하여 '9/11 영화제' 말 그대로 2000년 '9월 11일 미국동시다발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만 상영하는 자리다. 영화제에서 단연 화제를 모은 작품은 이날 처음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루즈 체인지 : 미국의 쿠데타'(Loose Change 9·11: An American Coup)였다.

이미 한국에도 신문과 방송을 통해 여러차례 소개된 다큐 영화 '루즈 체인지'지만,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9·11테러는 알 카에다의 소행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자작극이며, 세계무역센터는 비행기 테러가 아니라 내부에 장치된 폭탄으로 무너졌다' 얼핏 들으면 충격적이고 황당무계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나름대로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 거대한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TV화면을 보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폭파된다. 2. 세계무역센터 건물주는 9·11이 발생하기 6주 전에 35억짜리 테러보험에 가입했다. 3. 9.11 이전 몇 주 동안 예고에 없던 대피훈련이 있었다. 4. 피해자들은 건물 내무에서 폭발음을 들었으며, 소방관들은 폭발 섬광까지 보았다. 5. 펜타곤 충돌 현장에서는 보잉 757기의 거대한 파편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등등이다.

'루즈 체인지'는 본래 2005년 아마추어 영화광 딜런 에브리가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와 2000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아마추어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그러나 '9·11테러는 미국 정부의 소행'이라는 충격적 내용을 나름대로 설득력있게 전개하면서 사상 최초의 인터넷 블럭버스터(배너티 페어의 평)로 성장했다. 백만장 이상의 DVD가 판매되고 수억의 인구가 인터넷으로 시청하는 등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2006년에는 영국 하원의원에서까지 상영될 정도였다.

처음에는 별것아닌 인터넷 음모론 정도로 생각하던 미국 정부도 '루즈 체인지'의 파장이 워낙 커지자 두고볼수 없었다. '루즈 체인지'의 내용대로라면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미국정부가 도리어 수천명의 국민을 학살하고, 이유없는 전쟁을 두차례나 일으켜 무고한 생명을 죽였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2006년 미 국무부는 공식입장을 통해 "루즈 체인지는 공학적, 정치적으로 오해와 불이해로 초래된 황당무계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는 영화를 감독한 애송이를 검찰 공안부에 넘기고 콜렁탕을 먹이고 신상정보를 까발린…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미국정부는 자기네를 '역적'으로 만드는 '음모론'에 대해 '수정헌법 2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로 간주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견한 듯 이렇게 덧붙였다. '루즈 체인지는 황당무계한 음모론이지만, 갈수록 유포되는 것을 당분간 막을수 없을 것 같다'.

'루즈 체인지'는 탄압받기는 커녕 오히려 인터넷을 무대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05년에 처음 나온 '루즈 체인지'는  개인이 노트북으로 제작한 영화이니만큼 서투른 점, 여러가지 헛점도 있었다. 9/11위원회 등 전문가들이 나서서 사실관계가 틀린 점을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루즈 체인지' 역시 인터넷 영화 답게 '업그레이드' 됐다. 2006년에 루즈 체인지 세컨드 에디션, 2008년에 루즈 체인지 파이널 컷으로 진화하면서 잘못된 점을 수정하고 저작권이 있는 뉴스 영상등을 제거하고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와 DVD를 통해 유포했다.

 
구글 비디오에 올라온 '루즈 체인지: 파이널 컷'의 풀버전.

2008년에 나온 루즈 체인지 파이널 컷은 제작비가 100배로 불어나 20만달러를 들여 만들었고, 다시 2009년에는 최신작 '루즈 체인지 : 미국의 쿠데타'가 나온 것이다. '인터넷 스타'가 된 딜런 에브리 감독은 최신작에서도 "정통성 없는 부시 정권이 가짜 테러를 일으켜 미국에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즘 한국에는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도 사고를 둘러싸고 갖가지 '음모론'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음모론 자체야 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언제든 따라다니는 법이니 그다지 놀랄 것도 없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MB정부가 이른바 음모론을 믿거나 알리는 사람들을 대역죄인이나 간첩 잡듯이 적발하려고 나섰다는 것이다.지하철에 뿌려진 천안함 팸플릿에 대해 CCTV로 유포자를 추적하고, 수사결과와 다른 의견을 밝히는 정치인이나 네티즌을 상대로 고소하거나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 

인터넷 블럭버스터 '루즈 체인지'가 5년동안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미국 정부가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그들이 '대인배'라사거 아니다. 고작 영화 한편 때문에 때문에 미국의 안보나 단결이 저해되거나 미국의 전쟁 수행이 중단될 리가 없다는 자신감,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 또한 국가의 임무라는 의식 때문일 것이다.

반면 MB정부는 천안함 조사결과로 의혹을 불식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음모론과 의혹 수사로 의구심을 확산시키고 있다. MB정부가 정말 수사결과에 자신이 있다면 음모론 역시 '사상의 시장'에 올려 자연히 사라지게 하면 될 일이다. MB정부는 칼 포퍼가 50년전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 쓴 구절을 다시한번 되새겨봐야 할 듯 하다. "음모론을 없애려고 하지 말라. 그것은 아테네 민주사회에도 있었던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다. 그리고 음모론이 역사상 성공적으로 증명된 일 또한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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