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 화형식' 벌이는 교회의 실체는? 미국 뉴스 이야기

경향신문 | 입력 2010.09.14 19:43 에 게재된 글을 약간 가필한 것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9월 11일 저희 동네인 조지아주 귀넷카운티에서 열린 9/11일 희생자 추모제의 모습입니다.

지난주 토요일은 9/11 9주년이었습니다. 매년 미국은 9·11테러 희생자에 기리는 의식을 치르는데요, 올해만은 희생자 추모 대신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습니다. 논쟁의 중심은 한 교회가 벌이는 ‘코란 화형식’ 이었죠. 9·11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이슬람교의 성전인 코란을 불태워 버리겠다는 한 목사의 주장에 미국 백악관부터 아프간 전쟁터까지 전세계가 들썩였던 겁니다.

한 목사의 돌출행동에 전 미국은 물론이고 이슬람 세계마저 들끓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인터뷰를 통해 "웬만하면 태우지 말지?"라고 직접 말했고,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 데이빗 페트레이어스 대장은 "코란 태우면 테러리스트가 오히려 늘어날 껄?"이라고 말했죠. 화형 3일 전에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워낙 급했는지 목사에게 직접 전화해서 "제발 태우지좀 마쇼"라고 부탁했을 정도죠.

그런데 ‘화형의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미국의 통신사 AP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요. 내용인즉슨 이러합니다.

“오늘 코란 화형식이 일어나더라도, AP통신은 코란이 불타는 사진을 전송하지 않으며 기사를 구체적으로 쓰지 않겠습니다. 특정인을 불쾌하게 하거나 도발하려고 의도한 사건 또는 이벤트를 보도하지 않는 것이 AP의 보도 수칙입니다. 저희 통신사뿐 아니라 모든 언론사는 신도가 50여명에 불과한 교회가 하는 일에 적절하고 균형잡힌 보도를 하리라 믿습니다.”


한마디로 AP는 ‘화형식’을 하는 교회와 목사가 보도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건데, 왜일까요. 좀 시간을 들여 이 교회와 목사의 정체를 조금만 살펴보았더니 해답이 금방 나왔습니다.

코란 화형식을 벌이겠다는 주인공은 플로리다 게인스빌이라는 소도시에 위치한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 교회입니다. 이 교회는 신도 규모는 자그마치 50여명에 달하며, 주일예배에 나오는 사람은 무려 30여명에 달합니다. 이 교회는 워낙 뛰어나서 미국 어느 기독교 교파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테리 존스라는 목사가 사실상 교주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의 설교 단골 레퍼토리는 “유태교·힌두교·불교는 모두 사악한 존재이고, 오직 성경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입니다.

코란 화형식 날짜와 시간이 적힌 트레일러 앞에 서 있는 플로리다주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의 테리 존스 목사.(C)AP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호텔 매니저를 하다가 선교사로 30년을 독일에서 있었는데,  신도들 말로는 "성경의 가치를 따라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교주나 다름없이 행동한 사람"이라며 "언제나 주위의 주목받고 싶어서 안달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독일에 거주하는 그의 딸조차 언론과의 보도에서 “아버지는 주목받고 싶어서 미친 사람이고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말할 정도지요. 결국 그는 독일 교계로부터 기행과 교주적 행동으로 쫓겨나고 맙니다.

2008년에 미국으로 돌아와 '도브 월드 교회'목사를 맡은 이 사람의 행각은 날이 갈수록 갈수록 더해갔는데, 미국에 와서는 자기 자녀들에게 ‘이슬람은 악마’(Islam is of the devil)라고 적힌 T셔츠를 입히고 학교에 등교시켜 물의를 빚고, 게인스빌 시장을 향해 “호모 시장은 필요없다”고 외치다가 물의를 빚었지요. 게다가 무인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Doctor)를 자처하다가 사기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형 3800달러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목사 양반은 우리나라 명동 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과 다름이 없습니다. 전세계 언론이 진지하게 보도할 만한 가치조차 없는 인물인 거죠.

그러고보니 미국에도 '예수천국 불신지옥'이 있긴 있군요.난해 1월 워싱턴DC에서 찍은 사진

그러나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고 하던가요. 그냥 소규모 사이비 교회의 작은 소동으로 끝날 사건이 9·11테러 9주년이라는 타이밍과 미국 내 반이슬람 정서, 이에 영합한 언론의 과열 보도경쟁과 맞물려 국제적 이슈가 돼 버렸다. 이 양반의 코란화형식에 반대해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진압과정에 2명이 사망했다니, 한 교회의 삽질이 급기야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결과를 낳고만 셈입니다.

언론의 이런 행각에 분노하는 양식있는 사람들의 항의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스티븐 매칼리스터라는 한 네티즌은 NPR뉴스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보냈다. “미친짓을 하는 멍청이들은 뉴스거리가 되고, 그리스도의 뜻대로 사는 기독교인들은 뉴스거리가 안 된다고 무시하다니…당신네들 언론 맞소?”

결국 11일 당일 AP통신 뿐만 아니라 보수 성향으로 유명한 폭스 뉴스부터 워싱턴포스트까지 ‘코란 화형식’을 보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대신 ‘워싱턴포스트’는 블로그를 통해 또 다른 작은 교회의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지난 2009년 4월 테네시주 멤피스의 허트송 장로교회는 바로 옆 건물에 이슬람 모스크가 들어오게 되자 이를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스크 준공식 날 다음과 같은 팻말을 내걸었습니다. 

"허트송 교회는 멤피스 이슬람 센터가 저희 이웃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C)Hurpington Post

이 일은 1년전에는 별 흥미를 못끌었지만, 이번 코란 화형식 및 뉴욕 9/11테러 현장 모스크 건립 논쟁을 둘러싸고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교회의 스티브 스톤 목사는 워싱턴 포스트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는데요.
 
"간단합니다. 만약 예수님이 여기에 계셨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새 이웃을 환영합니다’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덧글

  • 휴메드슨 2010/09/17 07:52 # 답글

    맙소사 중간에 중단 됐다고 하던데 저 목사님 또 저지르는 건가효? --;
  • Y_Ozu 2010/09/17 09:53 # 답글

    암울한 가운데서도 훈훈하군요. 미국이 빨리 이 고비를 넘어서 예전의 상식을 되찾길 바랍니다.
  • 검투사 2010/09/17 10:10 # 답글

    "간단합니다. 만약 예수님이 여기에 계셨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새 이웃을 환영합니다’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

    문득 "예수님과 사이비목사"라는 제목이 어울릴, 요 얼마 전에 돌아다니던 그 카툰이 생각나게 하는 말씀입니다. ^^
  • J H Lee 2010/09/17 10:35 # 답글

    21세기 십자군 전쟁을 일으킬 기세.
  • unknownone 2010/09/17 11:34 # 답글

    마지막 하트송 교회 정말 훈훈하네요. 한국 교회들이었으면 과연 어찌했을런지 ㅉㅉ ㅠㅠ
  • 보스타스 2010/09/17 12:29 # 삭제 답글

    ...아니 기독교인이 유태교가 사악하다고 하면 안되잖아요. (....)
  • skyland2 2010/09/17 13:38 # 답글

    "간단합니다. 만약 예수님이 여기에 계셨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새 이웃을 환영합니다’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캬아~!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 Cheese_fry 2010/09/17 14:27 # 답글

    잘 읽었습니다. AP 가 좋은 결정을 내렸네요. 사실 뉴스 가치도 없는 것인데 말이예요. 그라운드 지로 근처 모스크 세운다고 해서 요즘 하도 말이 많은터에, 같이 나온거라 시선을 끈 것 같아요. 코란 화형을 나름 중단한 것도 모스크를 세우려고 하는 뉴욕 이맘?하고 얘기가 되서 중단했다고 하는 것 같던데.. 이맘? 말은 또 다르긴 하지만..
  • korjaeho 2010/09/17 14:43 # 답글

    우리나라 일반 교회랑 다를게 없는데 저나라에선 뉴스거리가 되는군요
  • 바람불어 2010/09/17 15:36 # 답글

    "간단합니다. 만약 예수님이 여기에 계셨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새 이웃을 환영합니다’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캬아~!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2)

  • 디쟈너훈 2010/09/17 16:26 # 답글

    허트송교회를 한국으로 -_-
  • ㅋㅋㅋㅋ 2010/09/17 18:39 # 삭제

    오면 교회를 유지할 최소한의 신도도 확보하기 어려울겁니다. (......)
  • 제네식 2010/09/17 17:16 # 답글

    이 시점에서 단순한 찌라시와 언론의 경계가 보입니다.
    최소한의 언론 윤리 를 생각해서 행동하는거라 봅니다.
    단지 구독수만 생각하고 내는 기사는 더이상 뉴스가 아니죠 찌라시일뿐
  • 우와 2010/09/17 17:18 # 삭제 답글

    허트송 교회 목사님 쿨하시네요!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 2010/09/17 17: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라세엄마 2010/09/17 18:18 # 답글

    아[...] 불상파괴하는 누구누구들도 저렇게 소수면 얼마나 좋아?
    근데 현실은 스태디움 빌려서 집회 하더라..우린 안될거야
  • ㅋㅋㅋㅋ 2010/09/17 18:37 # 삭제 답글

    아 그 목사 천재군요. 그렇죠. 예수님이라면 그렇게 하셨을 겁니다.

    근데 이상하게 꼭 또라이들이 주목받고 정상적인 애들은 무시당한다니까요.
  • 死海文書 2010/09/17 18:47 # 답글

    오오. 대인배입니다.
  • 제케르 2010/09/17 18:57 # 답글

    이것이 바로 관용의 정신이 아닙니까 ㅎ
  • 미스트 2010/09/17 19:11 # 답글

    한국에서는 코란 태운다는 것 정도는 단신으로 보도 되고 말 듯..... (................)
    불상 목잘라도 그런 것처럼.
  • 셰이크 2010/09/17 19:20 # 답글

    예수가 하란대로만 하면 누가 욕을하나 떠받들어주지

    하지만 우리 기독교도들은 안그러잖아, 우린 안될거야
  • czvx 2010/09/17 19:39 # 삭제 답글

    술먹고 인터넷하니까 코란데이가 코리안데이로 보이네.. 번 코리안데이..
  • 유이하루 2010/09/18 09:20 #

    전 맨정신으로 봤는데도 코리안으로 봄 ㅠㅠ...
  • 크로페닉 2010/09/17 21:44 # 답글

    개독은 전세계에 존재한다... -_-; 마지막 이야기의 목사님은 멋지네요. 좋은 목사입니다.
  • 김알라 2010/09/17 22:21 # 답글

    성경 말씀대로만 산다면 세상이 평화로울텐데... 늘 하는 생각입니다.
  • 무아 2010/09/17 23:27 # 답글

    성경 말씀대로 살아야한다라고 주장하는 저 사이비 목사는 도대체 얼마나 성경 말씀대로 살고있을지 궁금하군요.
    뺨때리면 반대쪽 대줄라나요? << 농담입니다. 진지하게 읽으면 곤란해요 ㅎㅎ
  • 뿌아종 2010/09/18 18:29 # 답글

    CNN 보니까 이거 화형식 직전에 기자들에게 정신팔려 있는 신도들을 틈타
    어떤 한 청년이 쿠란을 훔쳤더군요
    이미 영웅이 되었다는데
  • 뿌아종 2010/09/18 18:30 # 답글

    정말 개독들은 이해를 못하겠어요
    알라는 여호와의 다른 이름이고 야훼는 알라의 다른 이름이고
    공자는 예수의 다른 이름이자 부처도 예수의 다른 이름으로 생각을 왜 못할까요
    과연 그 위대하고 전지전능한 신께서 째째하게 우리가 좀 안믿는다고
    지옥에 보내다니...
  • phantom 2010/09/19 03:03 # 답글

    미국사회의 정치적 이슈는 항상 교회,종교를 중심으로 촉발되네요. 티파티 현상도 그렇고 요즘 미국사회의 보수화가 유독 눈에 띕니다. 저 목사는 그저 관심병으로 밖에 안보이지만...
  • 하이아 2010/09/28 16:10 # 답글

    워낙 답글이 많아서 다 답변을 못해드려 죄송합니다. 코란 화형식은 결국 불발로 끝났다고 하지만,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미국 남부에 살다보면,서 이른바 종교적 불관용을 기치로 내건 일부 종교집단이 미국에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군요. 사실 이 목사님 뺨치는 또다른 사례들도 많이있는데, 미국도 결국 사람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중에 한번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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