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사상자들 여의도 블루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여러분의 의견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던 12일 국회 본회의장은 전쟁터였다. 기습공격이 있었고 철통방어가 있었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이유만 존재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민주주의는 실종됐다.

이날 국회 의무실은 야전병원이 됐다. 의무실 간호사 3명이 본회의장으로 긴급출동했다. 회의장에서 탈진하고 부상한 의원들이 속출했다. 부상자는 패자인 열린우리당 쪽에서 속출했다. 의무실 관계자는 "이날 의무실에 입원한 열린우리당 의원만 5명"이라며 "작은 부상으로 치료받은 사람은 더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응급치료를 받은 사람은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다. 유의원은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 끝에 본회의장 밖으로 끌려나왔다. 이 와중에 구두가 벗겨지고 허리띠도 끊어졌다. 의사당 로비 구석에 버려진 유의원은 넋이 나간 듯 축 늘어졌다.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며 "이게 아니야, 이게 아니야"라는 말만 계속 뇌까렸다. 의료반은 유의원에게 물과 진정제를 먹였다. 몸을 덜덜 떠는 유의원의 혈압과 온도를 재고 담요를 씌운 후 의무실로 데려갔다.
 
유의원이 안정을 취하는 동안 "임종석 의원이 쓰러졌다"는 목소리가 본회의장에서 들려왔다. 의료반이 표결을 마친 야당 의원들을 헤치고 본회의장으로 뛰어갔다. 당시 임의원은 의장석 좌측에서 저항하다 경위들에게 끌어내려졌다. 흥분한 임의원은 민주당 의원석 앞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다 결국 실신했다. 의료반은 탈진한 임의원에게 물을 먹이고 팔을 주무르기도 했다. 이들 두 의원의 상태에 대해 의무실 관계자는 "심한 정신적 충격에 따른 일시적 현기증과 쇼크상태"라며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상자는 몸싸움이 벌어진 의장석 주변에서 주로 나왔다. 장영달 의원은 이날 새벽 기습공격 와중에서 허리를 밟혔다. 오전 표결에는 의장석 주변에서 마지막까지 버티다 몸을 부딪치고 안경이 날아가는 겹부상을 입었다. 표결 직후 장의원은 "지병인 허리가 아프다"며 국회 한의진료실에 침을 맞으러 입원했다.

이날 국회에선 부상당한 적군을 동정하는 온정조차 없었다. 유의원이 쓰러지자 이를 지켜본 한나라당 당직자는 "유시민, 쇼하지 마라"고 냉소했다. 표결을 마치고 퇴장하는 야당의원은 탈진한 임의원을 보고 "서로 다 알면서 뭘 그러시나"며 차갑게 눈을 흘기며 지나갔다.




어제 탄핵안 가결 당시 국회 현장에 있었을 때 쓴 글입니다. 데스크에서는 글이 너무 감정적이라고 짤렸죠. 하지만 역사의 현장에 제가 있었다는 증거물로 일단 여기에 남겨둡니다.

요 며칠새 이곳 방문자가 평소의 두배가 늘었더군요. 최근 정국 관련해 답답한 분들이 뭔가 있지 않을까 해서 찾은 결과가 아닐까요. 그저 죄송할 뿐이네요. 하지만 저는 그동안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답니다. 제가 보고 들은 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은 많습니다. 마음이 정리되는데로 포스팅을 올리죠.

덧글

  • Lainworks 2004/03/13 17:08 # 답글

    ....포스팅 기다릴께요. 여러모로 힘드실텐데, 힘내세요'ㅅ'
  • 서찬휘 2004/03/13 18:14 # 답글

    슬픈 현실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대로 놔 두고픈 생각이 안 드는 군요….
  • 로무 2004/03/13 18:21 # 답글

    포스팅 기다리겠습니다. 힘내세요 >.<
  • 산왕 2004/03/14 10:54 # 답글

    저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Extey 2004/03/14 16:38 # 답글

    으으 저도 저런건 한번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어요
    하여튼 더러운 현실.
  • 건전유성 2004/03/15 00:38 # 답글

    요즘 뺑이 돌고 있겠군. 이럴 때는 아버지의 인자한 미소도 사라지겠지. 너는 좋던 싫던 역사의 증인이니 눈과 머리와 가슴에 새겨두고 후세에 전해주어야 한다, 부디 건투를.
  • 잠본이 2004/03/17 15:36 # 답글

    일이 밀려들겠지만 건강에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2004/03/20 00: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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