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극장에서 본 라스트 갓파더 미국 뉴스 이야기

경향신문 | 입력 2011.04.07 16:47 에 게재된 글을 약간 가필한 것입니다.

 심형래 감독의 < 라스트 갓파더 > 가 마침내 미국에 왔다. 필자가 사는 애틀랜타 시골 동네에도 8개관이나 개봉했다. 한국사람이 많은 도시여서 편하게 한글 자막으로 틀어준다고 한다. 이걸 심형래 감독의 ‘미국 공략’이라고 해야 할지, ‘재미동포 공략’이라고 해야 할지 헷갈리지만, 어쨌건 필자 입장에선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애틀랜타 극장가에 얼린 우리의 자랑스런 <라스트 갓파더>의 위용. 참고로 촬영된 시기는 4월 5일 저녁.

  물론 필자는 미국에 진출한 자랑스런 < 라스트 갓파더 > 를 꼭 보기로 마음먹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내가 안봐주면 누가 봐주랴. 

그런데 초장부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분명히 애틀랜타에 8개관 개봉이라고 들었는데, 불과 4일만에 4개관으로 ‘팍’ 줄어버린 것이다. 4일도 지나지 않아 간판을 내려버린 성미 급한 극장주가 4명이나 되는 모양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내가 가기 전까지 극장에 걸려있어 다오”를 외치며 극장을 찾았다. 필사적으로 찾은 곳이 한 백인동네 쇼핑몰의 멀티플렉스였다. 자동차로 한 시간을 달려야 했지만 오매불망 기다리던 < 라스트 갓파더 > 인데 그정도 수고쯤이야. 

 그런데 이젠 매표의 벽에 부딪혔다. < 라스트 갓파더 > 는 멀티플렉스에서 불과 50석 안팎의 독립영화 상영관에 배정돼 있었다. 제작비 150억원의 블럭버스터가 독립영화 취급이라니 뭔가 잘못됐다. 게다가 하루 상영횟수는 교차상영으로 불과 3회. 한국식 ‘퐁당퐁당 상영’이다. 시간 맞춰 표끊기가 힘들었다. 

 그런 고난의 시간을 거쳐 밤 10시, 마침내 오매불망하던 < 라스트 갓파더 > 를 만났다. 극장엔 필자와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동양인 노부부 한 쌍, 그리고 팝콘을 먹고 있는 백인 중년 남자 두세명 뿐이었다.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썰렁하긴 했다. 

 영화는 시작했지만 기대했던 웃음은 커녕 긴장감이 조성됐다. 옆줄 백인 중년남자의 표정이 너무나 험악했기 때문이었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영구 대신 그가 기관총을 갈길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는 틀림없이 하비 케이틀 이름만 믿고 < 대부 > 같은 영화를 기대하고 온 사람일 것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영화 시작 내내 그의 눈치만 보아야 했다. 긴장감은 순식간에 깨졌다. 영화 시작 15분만에 백인 남자 2명이 팝콘을 내던지고 나갔다.
 
 그의 입에 무슨 소리가 나왔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대충 짐작은 간다. 만약 이 영화에 대해 사전정보가 전혀 없는 백인 30대 관객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는 어떤 심리상태로 이 영화를 선택했을까. 대충 짐작해보자.
참고로 라스트 갓파더는 미국에서 신문이나 TV광고 따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영화 선전찌라시조차 없었다. 관객이 영화 를 선택할 기본 정보는 오로지 극장에 걸린 이 포스터 뿐이었다.
 
 1. 평일 밤, 모처럼 가족영화 말고 화끈하고 색다르고 특이한 영화가 보고 싶다.
 
 2. 극장에 와보니 흔한 영화 말고 난생 첨보는 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다. 제목이 뭐시기? ‘라스트 갓파더’?
 
 3. 성격파 배우 하비 케이틀이 주연? => ‘대부’같은 느와르 영화인가?
 
 4. 첨들어보는 감독의 전작 제목이 액션영화틱한 ‘드래곤-워’? => 느와르 액션 영화?
 
 5. 상영하는 곳이 독립 영화관? => 뭔진 모르지만 꽤 작품성있는 느와르 액션 독립영화인가?
 
 6. 결론 => ‘라스트 갓 파더’는 ‘대부’같은 느와르 액션, 작품성 있는 독립영화다. 
 
 7. 그리고 ‘작품성 있는 느와르 액션 독립영화’를 기대하고 표를 끊은 그 백인 남성 관객은 ....(이하 생략)
 
 그리고 극장 내부엔 필자와 동양인 부부만 남는데 불과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필자는 영화를 틀어주는 영사기사에게 미안해 차마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이윽고 < 라스트 갓파더 > 가 끝났지만 객석은 침묵했다. 극장에 덩그러니 남은 필자도 노부부도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동안 미국에 살면서 미국 극장에 개봉한 한국영화 몇편을 본 적이 있었다. 미국땅에서 본 한국영화는 나름대로 한국인의 자부심을 키워줬다. 그런데 ‘심형래 감독의 할리우드 본격 진출작’을 마침내 미국에서 보는데 왜이리 답답할까. 
 
 극장에서 맘놓고 웃기는 커녕 침묵하고 긴장해야 했던 이 기막한 현실, 필자의 이런 심정을 우리의 영구는 과연 알까 모르겠다. 

덧글

  • 하늘까시 2011/04/14 09:30 # 답글

    영구는 알면서도 상관 안 할 것이다. 자신은 흑자상태이므로...
  • 이피디 2011/04/14 09:31 # 답글

    라스트 갓파더 보진 않았지만
    왠지 필자님 글이 훨씬 더 흥미로운듯하네요ㅎㅎ
  • 휴메드슨 2011/04/14 09:39 # 답글

    OTL
  • 4577 2011/04/14 09:40 # 답글

    영구는 필자보다 흑자가 더 중요해요..
  • 잿빛늑대 2011/04/14 10:10 # 답글

    라스트 갓파더는 돈버릴 심산으로 극장에서 보고 "진짜 돈 버렸군"한 영화.
    아마 명절에 티비에서 한다해도 시간이 아까워 안볼 그런 영화였습니다.
  • 오엠지 2011/04/14 11:34 # 답글

    이거뭐 ㅎㄷㄷ
  • 듀얼콜렉터 2011/04/14 11:48 # 답글

    로스엔젤레스 근처의 저희 동네에서 상영했지만 보러가진 않았습니다... 저 대신 고생하신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ㅠ_ㅠ
  • mynzhu 2011/04/14 12:05 # 답글

    예전에 미국에서 디워 개봉해서 보러갔을때.. 시작한지 얼마안되 나간사람도 있고 또..어떤 분이 아이들을 대리고 왔는데 아이들이 중간부터 막 나가자고 그래서 막 애들을 조용히 시키고 ㄷㄷ 그뒤로 한국영화 보러가기가 무서워졌습니다 ㅠㅠ
  • 06 2011/04/14 12:21 # 삭제 답글

    다른 곳에서 링크 타고 들어왔는데 애틀랜타 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알파레타 산답니다. 구글 검색해보니 지금은 로렌스빌에 있는 디스커버 밀에서밖에 안 하는 것 같네요. 빛의 속도로 내려갔군요. 저도 안 봤지만요.
  • 역사관심 2011/04/14 12:26 # 답글

    아저씨의 쓸데없는 아이들에 대한 폭력등은 짜증났지만, 어쨌든 아저씨를 봤을때는 미국관객들도 숨죽이고 긴장하며 봤죠. 끝까지 박수치고.

    심감독님은 영화에 대한 열정은 제작자로 돌리고, 능력있는 감독을 잘 쓰는 분이 되면 합니다.
    현명한 선택을 할 시기가 온듯합니다. 물론 본인 마음이지만요.
    얼마든 자신의 능력을 다르게 발휘할수 있을텐데 아쉽습니다. 은근히 쓸데없는 곳에 고집과존심이 있어보이셔서...
  • 또 다른 나 2011/04/14 12:48 # 답글

    상영하는 곳이 독립 영화관? => 뭔진 모르지만 꽤 작품성있는 느와르 액션 독립영화인가?

    이 부분에서 빵 터졌네요. ㅎㅎㅎ
    하필이면 독립영화관에 걸려서 ... 그 백인에게 왠지 내가 미안해집니다. ㅋㅋㅋㅋㅋ
  • 한빈 2011/04/14 13:07 # 답글

    괜히 저도 미안해 지네요... 이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 사리 2011/04/14 13:47 # 답글

    심형래씨는 최고의 코메디언이었기 때문에, 자기가 뭘하는지 그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그게 왜 안되는지를 냉철하게 못보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TV예능에 나왔을 때도, 심형래씨보다는 같이 나온 동료코메디언들이 더 재밌더군요.
    심형래씨는 시대의 흐름이나 현재시점을 벗어나서,
    자기만의 시공간에 머물러 있는게 아닐까 싶더라구요.
    차라리 한국에서 기존의 인지도를 이용해서 우뢰매처럼 아동용영화를 찍었다면,
    여전히 먹혀들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 라면사리 2011/04/14 14:07 # 답글

    전 심형래씨의 영화를 봐주는 교포들이 원망스럽습니다. 봐주시는 교포분들이 있으니 미국 진출의 허황된 꿈을 버리지 못한다는...
  • ㅁㅁ 2011/04/14 14:24 # 삭제 답글

    이 리뷰가 라스트갓파더보다 재밌는걸요
  • PSX 2011/04/14 14:24 # 삭제 답글

    이 글을 읽고 저도 미안함이 드는 동시에 민망함도 들어버리네요. (T.T)
  • Shitcago 2011/04/14 14:38 # 삭제 답글

    시카고에 거주하면서 많은 한국영화를 봐왔지만...
    라스트 갓파더를 보면서 처음으로 한국인인게 창피했던 영화였습니다.
    더군다나 라스트갓파더를 개봉하는 날 봤는데 하필 라스트 갓파더를 보기전에 본 영화가 소스코드였습니다.
    소스코드를 보고서 바로 라스트 갓파더를 봐서 그런지 라스트 갓파더가 더욱더 초라하게 보이더군요.
  • 靑山 2011/04/14 15:17 # 답글

    http://www.boxofficemojo.com/counts/chart/?yr=2011&wk=15&p=.htm

    운이 좋으시군요..3주차 라스트 갓파더 상영관은 딱 1개입니다..1주에 58개, 2주에 20개로 줄어들더니 3주엔 1개가 되었죠;; 조금만 늦었으면 못보셨을듯
  • 블루드림 2011/04/14 20:12 # 답글

    역시 안 보는 것이 정답이었네요.

    디워에서 낚인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 콜드 2011/04/14 22:31 # 답글

    그 백인 아저씨에게 지못미 ㅠㅠ

  • 검은장미 2011/04/14 23:24 # 답글

    필사의 돈낭비
  • bluesoup 2011/04/15 00:39 # 답글

    참 민망하네요;;; 지못미 백인 중년 남성 두세명...
    저희 아버지는 이제 '심형래' 또는 '영구'라는 말만 들어도 벌컥 화를 내는 조건반사가 생기신듯;;
  • 이족보행고양이 2011/04/15 00:44 # 답글

    아 민망하네요 ㅠ 한국영화 다 저런줄 알까봐 속상하기도 하고 ㅠㅠㅠ
  • 큐베 2011/04/15 01:08 # 답글

    여러분이 잘 모르시나본데 라스트 갓파더는 공포영화입니다.
    방영시간동안 옆에 앉아있는 관객들을 보게 되면 바로 소름이 돋을 수 밖에 없죠.
  • SF_GIRL 2011/04/15 01:39 # 답글

    뉴욕 사는데요, 궁금해서 (보러 갈 생각은 없지만) 찾아보니 맨하탄 시내에는 개봉관이 없는 모앙이에요. 뉴저지하고 플러슁에 한군데씩 하는군요.
  • gjf 2011/04/15 04:12 # 삭제 답글

    저는 작년에 베이사이드에서 해운대 봤습죠
    .....
    나는 재난영화보러간건데
    무슨 멜로코메디가 ㅋㅋㅋㅋㅋㅋ
    관객은 거의 한국인 이세들..
  • 일산바람 2011/04/15 18:45 # 삭제 답글

    제작비 150억이면..블록버스터는 아니죠..
    미국선 저예산 인디급 아닙니까...ㅋㅋ
  • 미이 2011/04/17 12:06 # 답글

    아...안습입니다ㅠㅠㅠㅠㅠ
    그래도 얼마전까지 볼 마음은 있었는데ㅠㅠ이젠 볼 수도 없군요
  • 연합뉴스 2011/05/16 11:07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연합뉴스 박찬미입니다.

    우연히 블로그에 들어왔는데 글을 너무 잘 쓰시고 좋은 정보가 많은 것 같아서요.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눈에 비친 생활 모습을 블로그에 올리셨는데요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연합뉴스 사이트 커뮤니티 취지에 맞는 것 글을 남깁니다.
    먼저 사이트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http://www.koreancenter.or.kr/

    전세계 특파원이 나가 있는 나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이 더 많기 때문에 전세계에 나가있는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커뮤니티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

    저희가 글을 올릴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 드리려고 하는데요.

    글은 전에 썼던 것을 올리셔도 상관없고 지역소식이나 일상 등 마음껏 부담 없이 올리시면 됩니다.
    올리신 내용 중에 기사거리가 된다면 취재를 통해서 기사화도 가능합니다.

    커뮤니티 공간에 필요한 부분은

    ▲이름 (활동하고자 하는 본명이나 예명)
    ▲슬로건 (10자 내외)
    ▲자기소개 (60자 내외)
    ▲사진 (W100px/H100px정도)

    위의 정보를 메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시면 글을 쓸수 있는 아이디를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메일 주소는 koreancenter@yna.co.kr 입니다. 감사합니다.

  • 2011/05/19 10: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무비광 2012/10/09 18:16 # 삭제 답글

    아 저도 집에서 부모님이 다운받아서 보고있는거 잠시봤는데 정말 쓰레기긴 쓰레기죠.
    님 리뷰가 훨씬 재미있는듯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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