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孤吟)과 고음(高音) 남부의 사람,풍경들

'고음(孤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높이 소리지르는 고음(高音)이 아닙니다. 孤 외로울 고, 吟 읊을 음자를 쓰는 고음입니다. '홀로 소리를 읊는다'는 뜻도 있지만 '홀로 입다물다' '글이 아무리 해도 쓰여지지 않는다'는 뜻도 있습니다. 吟자가 '입다물 음'자도 되기 때문이죠.

실은 제가 바로 고음 상태였습니다. 그동안 이 블로그의 포스팅이 적어 실망하셨을 분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송구스럽지만 핑계삼아 몇자 적어봅니다.

시간이 없어서 포스팅을 못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이 많은 편이었죠. 여름 휴가가 있었으니까요. 소재가 없어서도 아닙니다. 직업상 접하는 이야기도 있고 평소에도 쓸데없는 잡생각을 즐겨하니까요.
그런데 글이 제대로 쓰여지지 않았습니다. 쓰기 시작해도 마무리를 지을 수 없었습니다. 눈치가 빠르신 분이라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옛날 포스팅을 오늘 보실 수 있었을 겁니다. 쓰다가 비공개 설정해뒀던 옛날 포스팅 몇개를 오늘 다시 올린 겁니다.
글을 마무리지을 수 없다는 건, 결론을 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Input은 많아도 Output은 전혀 없는 상태였습니다. 아니 Input이 워낙 많아서 정리할 수도 없고 결론낼 수도 없다는 말도 되겠네요.

결론을 낼 수 없다는 건 제 자신이 확신이 없다는 뜻입니다. 사실 요즘 제가 믿어왔던 많은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확신도 많이 옅어졌구요. 그래서 휴가기간중 여러 사람을 만났습니다. 술도 마시고 색다른 곳도 찾아가 이야기해보았습니다. 만나는 사람은 달라도 저는 똑같은 고민만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그 누구도 제 확신은 담보해줄 수 없더군요. 그래도 한가지 중요한 건, 반복해서 이야기하면 할수록 문제점이 정리가 되더라는 겁니다. 확신은 굳히지 못했지만 문제점을 발견했으니 절반의 성공은 한 셈입니다.

글을 끝맺지 못하는 고음(孤吟)과 소리높여 이야기하고 싶은 고음(高音). 정반대의 뜻이지만 소리는 같습니다. 비록 저 자신도 확신 못하는 이야기나마 앞으로 종종 올려볼까 합니다.

시덥잖은 개인적 넋두리는 이만하고, 앞으로 미완성 비공개 포스트를 종종 올릴까 합니다. 언젠가 결론을 찾고 글을 끝맺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그동안 방치된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께 이렇게나마 너그러운 양해를 구합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덧글

  • HYAMMI 2004/09/15 03:53 # 답글

    아아 고음
  • Tu-154M 2004/09/15 13:47 # 답글

    오랫만에 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 NOT_DiGITAL 2004/09/15 23:04 # 답글

    돌아오셨군요. ^^ 앞으로도 즐거운 통신되시길 바랍니다.

    NOT DiGITAL
  • 하이아 2004/09/16 15:22 # 답글

    Tu-154M님 > 감사합니다. 건강하시죠?
    HYAMMI 님 > 예, 고음이죠.
    NOT DiGITAL님 >>'즐거운 통신'이라는 VT 시절 인사말을 오래간만에 들으니 반갑네요. 요즘 인터넷 세대는 그냥 '즐넷'하라고 하잖아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 건전유성 2004/09/16 21:53 # 답글

    순방하면서 공수표만 남발하고 뻥만 치고선 나에겐 연락조차 하지 않았으므로 용서하지 못함. 니 죄를 알거든 얼른 술을 사시오.
  • 어메식 2004/09/19 20:54 # 삭제 답글

    ...자네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껄세;;
  • 우유차 2004/09/20 17:25 # 답글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조금은 힘이 나지 않을까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 하이아 2004/09/21 00:26 # 답글

    건전유성 군> 공수표는 무슨? 저번 부천에서 송이버섯 카레는 누가 산 거였더라? 하여간 조만간 한번 연락하쇼.
    어메식 군> 고마우이. ^^;;;
    우유차 님> 감사합니다.
  • 천녀 2004/09/21 19:57 # 삭제 답글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생일 축하 감사했구요, 오랫동안 소식 하나 없어도 변함없이 대해주시는 게 참 기뻤습니다 :) 항상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라고 있답니다. 행복하세요.
  • 하이아 2004/09/26 14:15 # 답글

    천녀님 >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블로그를 여셨군요. 놀러가도 괜찮죠.
  • 판넬들아 2004/11/11 12:20 # 답글

    안녕하세요 ^^ 벨리에서 보고 방문했습니다.학교 랩실에서 글 읽느라고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네요. 사막에 가본적은 없지만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랄까요.. 글을 정말 잘쓰십니다. ^^
  • 하이아 2004/11/11 16:32 # 답글

    판넬들아 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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